‘원팀’ 러브콜 보내는 이재명…“모멸” 일단 거리두는 이낙연

입력 2021-10-14 17:07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승복 선언에 민주당은 본격 ‘원팀’모드로 돌입해 선거대책위원회 작업에 착수했다. 이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재명 후보와 손을 잡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끌어안기에 나선 이 후보 측은 이 전 대표에 러브콜을 보내며 ‘원팀’ 꾸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의원은 14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 조만간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두 분이서 만나 막걸리도 한 잔 하며 회포를 푸실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줄곧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던 설훈 의원에 대해서도 “선대위에 들어오셔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흔쾌히 일하실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이 끝난 뒤 상대 후보 측 인사들까지 선대위에 합류시키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지만,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 등 악재가 겹친 이 후보로선 이 전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에게는 30%대의 견고한 지지율이 있고, 열성 지지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승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턱걸이로 본선에 오른 것 또한 이 후보에겐 부담이다.


이 전 대표가 결국 공동선대위원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전 대표는 이날 해단식에서 작심 발언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표는 “다신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고 말했다. 해단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합류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침묵했다.

이 전 대표의 이러한 발언에 ‘용광로 선대위’에 시작부터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 전 대표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박광온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 측은 공동선대위원장 자리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크게 반감을 나타내지는 않으면서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크게 쟁점이나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날짜 변경선을 지나면 시차 적응이 필요하듯이 서로 간의 감정선도 갈무리하는 기간들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당 지도부와 이 후보 측은 선대위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당 사무총장인 윤관석 의원과 이 후보 캠프 공동총괄본부장이었던 조정식 의원이 선대위 구성을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 공동선대위원장에는 외부 인물 수혈도 거론되고 있다. 이 후의 중도 외연 확장성을 살릴 수 있는 인물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결선투표 없이 자당 대선 후보를 확정한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