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북한에 돈을 보낸 혐의로 유우성씨를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씨의 상고심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공소기각으로 판단하고,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는 2005년 6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환치기’ 수법으로 26억원의 대북 송금업무를 대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화교 신분을 숨기고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 결정을 받아 2011년 6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는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쟁점이 됐다. 유씨는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사안에 대해 공소 제기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검은 2010년 3월 유씨의 대북 송금 혐의를 수사했으나, 초범이고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러나 검찰은 2014년 2월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조작 사실이 밝혀진 직후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유씨에 대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만 인정해 70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북송금 사업을 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으로 보고 기소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 조작이 밝혀지고, 공판 검사들이 징계를 받는 등 일련의 과정 직후에 이 사건을 기소했다”며 “기존의 기소유예 처분을 했던 2010년으로부터 4년이 지나 이 사건을 기소했는데, 종전 사건 처분을 번복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에 대한 공소제기가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로써 이로 인해 피고인이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았음이 명백하므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지적하면서 공소기각 판단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1심에서는 피고인 측의 공소권 남용 주장이 배척되어 전부 유죄가 선고되는 등 법원에서도 심급간 의견이 나뉘어졌던 사안”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향후 검찰 업무에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