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판단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연구관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2016년 2~3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모 병원장의 특허소송 처리 계획과 진행 경과 등을 문건으로 작성하도록 연구관에게 지시하고, 이 정보를 청와대에 넘겨준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 재직 당시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입한 혐의도 받았다.
하급심은 유 전 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혐의를 입증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공공기록물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토보고서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검토보고서 파일이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변호사법 위반 등도 무죄로 봤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과 변호사법 위반죄에서의 ‘취급’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누락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가운데 대법원이 판단한 첫 사례다. 검찰은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총 14명을 기소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