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필요한 물건, 사지 말고 빌리세요.’ ‘주차장과 회의실을 이웃에게 개방합니다.’
광주지역에 더불어 사는 ‘공유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개인과 공공기관이 보유한 물품·공간은 물론 다양한 정보까지 함께 나누는 광주공동체 정신이다.
14일 광주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3월 문을 연 남구 물품 공유센터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부담 없이 값비싼 전기드릴 등 생활에 필요한 철물 공구를 잠깐 빌리거나 캠핑용품을 대여해 훌쩍 떠나는 이들이 공유센터를 즐겨 찾고 있다.
남구 별관에 들어선 센터는 생활 공구 12종, 일상용품 13종, 캠핑용품 32종 등 120여 개의 대여 물품을 보유 중이다. 지난 9월 말까지 6개월여 동안 이곳에서 각종 물품을 빌려 간 시민은 570여 명에 달한다.
텐트, 캠핑용 의자, 그릴, 매트, 랜턴 등 캠핑용품을 빌려 주말에 여가생활을 즐기거나 집안 내부장식을 위해 전기드릴 등의 철물공구를 손쉽게 대여해 일손을 덜고 있다.
자녀들을 위한 물놀이용품이나 건전한 여가를 위한 축구와 농구, 배구공 등 스포츠용품도 시민들이 애용하는 공유 물품이다.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여유가 있는 물품을 공유해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웃과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광주지역에 물품 공유센터는 현재 동구 2개소, 서구 3개소, 남구 2개소, 북구 6개소, 광산구 6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공구를 빌렸다가 반납한 박 모(50) 씨는 “벽에 구멍을 뚫는 데 필요한 장비가 없어 고민했는데 1000원도 되지 않는 비용에 수십만 원 하는 전기드릴을 빌려 쓸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유·무형의 한정된 자원을 함께 나눠쓰는 공유문화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비대면 장터’를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진월동 국제테니스장 지하공간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광주공유센터는 지난 8월 29일 처음으로 ‘온라인 올망졸망 공유장터’를 개설했다. 장터에서는 시민들이 기부한 옷과 장난감 등이 기증자의 사연과 함께 영상으로 소개됐다.
지난 9월 26일에 열린 제2회 공유장터에서는 가방과 핸드믹서기, 자전거 등이 거래됐다. 1만원 안팎의 적은 금액인 장터의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된다.
공유센터는 매달 말 온라인 공유장터를 정기적으로 열어 언택트 시대의 공유문화 정착에 앞장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유 관련 퀴즈와 댓글 이벤트, 상품 증정 행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유광주’ 홈페이지와 위치기반 공유안내 지도서비스를 통한 공유자원 나눔도 활발하다. 이곳에는 회의실 250곳, 강당 43곳, 공연장 24곳, 체육시설 437곳, 주차장 216곳, 화장실 1246곳, 자전거 54대 등의 공유자원이 올라있다.
장우철 광주공유센터장은 “공유문화 확산을 위한 물품공유센터와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장터에 시민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유는 과잉소비에 따른 자원고갈은 물론 환경오염까지 예방하는 나눔의 미학”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