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크 차고 선가 오르니…韓조선 “양보단 질로 승부”

입력 2021-10-14 05:17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한국 조선소들이 2024년까지의 건조 물량을 확보하면서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섰다. 대표적 고부가 선박으로 꼽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2억 달러(약 2385억원)를 넘어서는 등 신조선가가 오르자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고 양보단 질에 집중한다는 분석이다.

13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의 9월 선박 발주는 91만CGT(14척)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이 195만CGT(75척)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100만CGT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소가 안정된 물량 확보로 선별 수주에 나선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소는 2024년까지 안정적인 건조 물량을 확보했다.

9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49포인트로 200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최근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 LNG선(174K급)의 선가가 2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들을 감안했을 때 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안정적으로 채운 한국 조선소들은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9월 수주한 선박의 척당 단가를 보면 중국이 6000만 달러인데 비해 한국은 1억7000만 달러로 3배가량 비쌌다.


조선업계에선 아직 중국이 LNG선이나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 선박에 대한 건조 기술이 부족하다고 본다. 그에 반해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한국 조선소들은 LNG선 수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발주된 LNG선(14만㎥급 이상) 46척 중 45척(98%)을 한국이 수주한 게 단적인 예다. 척당 선가가 2억 달러까지 높아진 LNG선의 대부분을 한국 조선소가 수주한 만큼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쉬워졌다.

향후 조선시장은 친환경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가 2023년부터 EEXI(에너지효율지수), CII(탄소집약도지수) 규제 등을 적용키로 하면서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노후 선박 교체 확대 등이 본격화되며 2023~2031년 연평균 발주량은 2020년의 2배 수준인 1900여척으로 예측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이 가운데 친환경 선박의 발주 비중(척수 기준)이 2021년 32%에서 2030년 59%, 2050년에는 100%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점차 친환경 선박 기술 경쟁력을 가진 한국 조선소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LG이노텍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열전발전(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 모듈 및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일본 NYK사와 실제 선박 적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소음과 유해가스 배출이 전혀 없고, 유지보수비도 적게 드는 열전발전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향후 크게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