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그린 티셔츠가 북한 공식 행사 석상에 처음 등장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2일 방영한 국방발전전람회 영상을 보면 이날 행사 개막식에서 애국가 연주자를 지휘한 지휘자의 흰색 티셔츠에 김 위원장의 얼굴이 흑백으로 그려진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얼굴이 의류에 찍혀 나온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그 얼굴을 대중이 입고 다니는 의류에 그려 넣는 것은 최고 지도자의 권위를 훼손하려 하는 ‘불량한 태도’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간혹 외국에서는 김 위원장의 얼굴을 프린팅한 티셔츠를 판매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지만, 북한 내에서 이런 의류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번 공식 행사 무대에서 김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의류가 등장한 것을 놓고 북한이 일부 서구식 방식을 따라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에도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그린 티셔츠를 생산해 주민들이 이를 입고 다니는 사진을 홍보한 바 있다.
유명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로는 쿠바 혁명의 아이콘인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티셔츠가 대표적이다. 체 게바라가 북한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김정은 티셔츠’에 영감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담긴 신문, 사진, 교과서, 책 등은 ‘1호 출판물’로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챙기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초상화를 보호하는데 개인의 목숨을 버리는 등의 사례가 ‘미담’으로 소개될 정도다.
실제 북한 매체는 지난 2003년 9살 소녀가 집에 불이 나자 불 속에 뛰어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구하려다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고 홍보했다.
그런 북한에 최고지도자의 얼굴을 그린 티셔츠까지 등장한 것은 그동안 신성시돼왔던 지도자의 친근감과 친밀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