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리기 시작했다. 10월 A매치 기간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경기 연속 팀 내 최다 슈팅을 기록하며 득점포를 기록했다. 절정의 득점 감각을 과시하며 대표팀에서 슈팅을 아낀다는 일각의 지적도 불식시켰다.
한국은 12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47년 만에 이란 원정 첫 승리를 노렸으나 2승 2무로 2위(승점 9점)를 유지했다. 3승 1무의 이란(10점)도 선두자리를 지켰다.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승점 획득이라는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1974년 9월 아라야메르 스타디움(현재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을 시작으로 이날 무승부까지 단 한 번도 적진에서 이란을 꺾지 못했다. 47년 동안 3무 5패를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로 아시아 최강자로 평가되는 이란은 이날도 단단한 조직력을 앞세운 중앙 밀집 수비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수비적으로 내려앉지만은 않았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역습 기회에서 빠른 속도와 정교한 기술로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두 명의 투톱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 사르다르 아즈문에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반 42분에는 박스 왼쪽 바깥 아즈문의 중거리 슈팅과 타레미의 바이시클킥이 유효슈팅으로 연결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서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후반 4분 이재성의 침투 패스를 받아 일대일 기회를 만든 손흥민은 침착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향해 찔러넣었다. 지난 7일 경기도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 3차전에서 결승 골을 기록한 데 이어 A매치 2경기 연속 득점이다.
이번 A매치 이전까지 그의 마지막 대표팀 득점은 2년 전 2019년 10월 스리랑카전이었다. 지난 7일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3차전 홈 경기에서 2년 만에 득점에 성공한 후 2경기 연속 골 맛을 봤다. A매치 통산 94경기 29골로 역대 남자 축구대표팀 최다 득점 9위의 기록이다.
달라진 움직임이 눈에 띈다. 그간 손흥민은 촘촘하게 세로 수비진용 간격을 유지하며 수비적으로 나서는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직접 골망을 노리기보다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했다. 하지만 시리아전에서는 원래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가 아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음에도 8회의 슈팅을 기록했다. 이란 원정 때는 다시 측면 공격수로 돌아와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도 슈팅 4회를 시도했다. 두 경기 모두 팀 내 최다 슈팅 기록이다.
서형욱 tvN 해설위원은 “이전까지는 슈팅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가 이젠 본인에게 기회가 있으면 곧바로 슈팅을 때린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철옹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도 득점포를 신고했다. 이란은 이곳에서 4년1개월 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이후 1498일 동안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손흥민 이전까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득점을 올린 한국 선수는 1977년 이영무, 2009년 박지성뿐이다.
손흥민은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던 이유로 동료들의 헌신을 꼽았다. 경기가 끝난 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전보다 많은 슛을 때린다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동료 선수들이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도와주고, 주위에서도 골대 앞에서 때리라고 이야기해준다. 오늘 골 같은 경우에는 동료들이 상황을 너무 좋게 만들어줬기 때문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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