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를 다른(수비적인) 전략으로 준비했나. 이란이 경기 대부분을 점유하며 골포스트까지 2번 맞췄는데, 무승부로 끝난 건 행운인가?”
12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한국과 이란의 경기가 1대 1 무승부로 끝난 뒤 이란 측에선 파울루 벤투 감독의 인터뷰 도중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벤투 감독은 이란을 치켜세우면서도 이란이 경기를 지배했단 의견엔 동의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질문 중 몇 부분만 맞다. 이란은 저희가 득점한 이후부터 경기를 조금 지배하기 시작했고, 전반엔 아니었다”며 “저희 전략은 보통 쓰던 것과 같았다. 수비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점유를 통해 경기를 컨트롤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상대가 강한 팀이란 건 알고 있었고 골포스트를 두 번 맞추는 등 어려운 장면들도 몇 번 나왔다. 행운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마지막 명백한 득점 찬스에선 역으로 행운이 없었다”며 “(무승부란 결과는)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은 손흥민이 후반 2분 선제골을 넣기 전까지 경기를 주도했다. 대부분의 시간 볼을 점유하며 찬스를 만들어냈고, 이란은 수비에 중점을 두고 간간이 빠른 역습으로 한국에 대처했다. 다만 득점한 뒤 급격히 주도권을 내준 게 아쉬웠다. 이란은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 메흐디 타레미(포르투) 알리레자 자한바흐시(페예노르트) 등 유럽파 공격진들을 앞세워 효과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벤투 감독이 교체카드로 나상호와 이동경을 투입한 뒤에야 분위기가 한국 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벤투 감독은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는 좋은 팀들 간의 좋은 경기였다. 우리는 전반에 더 나았지만, 득점한 뒤 이란이 매우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로 인해 경기를 컨트롤하는 데 몇 분 동안 어려움을 겪었고, 공격도 전반처럼 하지 못했다”며 “준비하며 예상한 것처럼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할 순 없고 상대가 주도권을 쥘 때도 있는데, 역시 후반에 어려운 장면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란이 공세적으로 나올 때 제대로 역습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이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이란 공격진들이 합을 맞춰 슈팅까지 연결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벤투 감독은 “상대는 강한 선수들을 갖춘 좋은 팀이다. 상대가 강한 압박을 펼쳤기 때문에 그 전에 했던 것처럼 경기를 컨트롤하지 못했다. 수비 뒷공간을 찾는 데 힘겨움을 겪었다”며 “상대가 좋은 장면들을 만들며 (동점골을) 실점한 이후 다시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내면서 박스 바깥에서 득점 찬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매 소집마다 1승1무로 승점을 잃은 한국은 다음달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홈경기, 16일 이라크와 원정경기에서 연승을 노린다. 벤투 감독은 “이란전 무승부로 현재까지 승점 8점을 만들어 저희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다가올 11월 최종예선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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