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팀의 무덤 무너뜨릴 뻔한 한국…손흥민 골로 이란과 무승부

입력 2021-10-13 00:35 수정 2021-10-13 00:36
이란 원정에서 선제골을 넣은 손흥민이 카메라 세리머니를 펼치는 가운데 황의조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이 ‘원정팀의 무덤’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주장 손흥민은 ‘전 주장’ 박지성 이후 12년 만에 이란 원정에서 득점을 터뜨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12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1대 1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최종예선 A조에서 2승 2무(승점 8)로 3승 1무(승점 10) 째를 기록한 이란에 이은 2위를 유지했다. 이란과의 역대 전적은 9승10무13패가 됐고,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어지고 있는 무승 수렁(3무 5패)도 계속해서 이어지게 됐다.

이날 선제골을 득점한 손흥민은 한국 선수로서 12년 만에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터뜨린 선수가 됐다. 손흥민 이전 가장 최근 나온 득점은 2009년 2월 11일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36분 박지성이 넣은 다이빙 헤더 동점골이었다.

한국은 전반 초반 점유율을 끌어올려 이란을 공략했다. 좌우 윙어들이 자주 중앙으로 침투하고 양쪽 사이드백들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해 완성도 높은 약속된 플레이를 시도했다. 공격진에 위치한 선수들은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이란 수비진을 교란했다.

선수들은 기회가 생기면 곧장 슈팅까지 연결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시리아전에서 중거리슛 선제골을 넣었던 황인범이 이날 전반 31분 페널티박스 우측 바깥에서 또 다시 아슬아슬하게 왼쪽 골포스트를 벗어나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슈팅이 8개나 시도됐음에도 유효슈팅이 만들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이란은 수비에 치중하다 개인 기량이 탁월한 사르다르 아즈문, 메흐디 타레미를 겨냥해 롱볼을 날려 빠른 역습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맞섰다. 간헐적인 공격 시도들은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전반 42분에는 박스 왼쪽 바깥 아즈문의 중거리 슈팅과 타레미의 바이시클킥이 연달아 유효슈팅으로 연결되며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골키퍼 김승규의 연이은 슈퍼세이브가 한국을 구했다.

손흥민의 득점 이전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나온 마지막 골은 박지성이 넣었다. 뉴시스

굳건했던 이란의 골문을 후반 2분 만에 열렸다. 주인공은 주장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이재성이 후방에서 공간으로 연결한 스루패스를 잡아 드리블한 뒤 멀리 나와 있는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절묘한 땅볼 슈팅을 날려 귀중한 원정 선제골을 넣었다. 지난 시리아전에 이은 쾌조의 2경기 연속골이었다.

다급해진 이란은 공격 비중을 늘렸다. 후반 21분엔 공격 가담한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라히의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왼쪽 골포스트를 때리고 나오는 위협적인 상황도 만들었다. 계속해서 공격의 고삐를 쥔 이란은 후반 30분 우측면을 돌파한 아즈문이 올린 크로스를 알리레자 자한바흐시가 타점 높은 헤더로 연결하며 기어코 동점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김민재가 이끄는 수비진들의 조직적인 수비로 이란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후반 32분엔 다시 타레미의 중거리 슈팅이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위기 상황은 계속됐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교체 투입시킨 나상호와 이동경이 활발한 몸놀림으로 분위기를 바꿔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2분 손흥민이 키핑한 볼이 흘러나오자 나상호가 골문 안쪽으로 가볍게 밀어 넣은 슈팅이 이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아쉽게 승점 3점을 따내진 못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