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간 면담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히자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은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12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에 대해 검·경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서 동시에 야당이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하는 이 후보를 면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 대통령이 대장동 게이트를 철저히 수사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당연하다”면서 “그런데 뒤늦은 철저 수사 지시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대통령과 여당 후보와의 회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더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대장동 게이트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해놓고,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 후보를 만나겠다는 것은 모순이고,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대통령의 입장과 상관없이 국민의 입장에서 대장동 게이트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준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부디 잘못된 만남이 되지 않기를 거듭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현직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정당의 총재가 아닌 평당원”이라며 “대통령은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하는 자리인데 특정당 후보와 비밀 회동을 하는 것은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한다는 의혹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진행 중인 대장동 비리를 공모해 은폐한다는 의혹도 받을 수 있다”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자각하시고 처신에 신중을 기하시라”고 했다.
이 지사 ‘자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원 전 지사도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면담 논의를 중지하라”며 “국민께 오해 살 행동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선 국면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비춰질 수 있으며, 검·경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도 있는 ‘잘못된 만남’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는 “면담 요청을 한 이 후보의 목적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며 “자신이 대장동 게이트 몸통임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 주문에 대해 “웬 뒷북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핵심 피의자들은 미국으로 도망가고 그나마 남아 있던 증거마저 인멸하도록 방치한 것은 민주당과 문 대통령”이라며 “이제 와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는 건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특검 반대하는 자가 범인이고 방치하는 자가 공동정범”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성남 대장지구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 후보로부터 대통령 만남 요청이 있었나’는 취재진 질문에 “최근에 면담 요청이 왔다. 어떻게 할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난 10일 박경미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당원으로서 이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며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