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호남은 민주당 ‘나와바리’”라고 발언한 데 대해 여권이 비판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은 1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오전에 5·18민주묘지를 다녀왔는데 40년 전 희생이 있었고 그 값진 희생을 통해 미래로 번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호남이 성장과 번영을 이루지 못한다면 희생된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수십년간 나와바리인 것처럼 해왔는데 (호남에) 해준 게 없다”고 했다.
나와바리란 ‘새끼줄을 쳐 표시한 경계’라는 뜻의 일본어로 흔히 폭력조직의 영향권이나 세력권을 이르는 속어로 사용돼왔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려 쓴 표현인데, 역으로 공식석상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불렀다.
조 전 장관은 다음 날인 12일 페이스북에 “기자 간담회에서 나와바리란 일본어를 사용한 윤석열. ‘오야붕’ 마인드의 소유자답다”고 적었다. 오야붕(親分)은 두목, 우두머리란 뜻의 일본어다. 일본어를 사용한 윤 전 총장을 비꼼과 동시에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을 사조직처럼 운영했다는 비판을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평생 조폭만 상대하다 보니 말투도 그들을 닮아버린 것이냐”며 “아직 정서가 그쪽 ‘나와바리’에 머물고 계신 것 같은데 윤석열 검찰 ‘오야붕’으로 돌아가 조직폭력배 수사나 계속하시는 게 어떤가”라고 꼬집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평소 정치인과 조폭이 다르지 않고 자신도 조폭이나 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공식 행사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호남이 민주당 ‘나와바리’면 호남 시민은 민주당이라는 조폭 집단의 꼬붕이라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 호남 시민을 이처럼 심각하게 모독한 정치인은 없었다.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꼬붕(子分)은 일본어로 부하란 뜻이다. 민주당이 호남을 세력권으로 둔 폭력조직이라면 호남 주민은 그 조직의 부하냐는 비아냥인 셈이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윤 전 총장은 잇단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TV 토론회에선 “우리나라 여자 분들이 점 보러 다니기도 한다”라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4일엔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진 못했다”고 발언해 빈축을 샀고, 지난달 13일엔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발언해 노동 천시 및 지역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