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 주적은 아니다”면서 첨단무기 과시…군사력 증강 예고

입력 2021-10-12 17:17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발전전람회장을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첫 국방발전전람회를 통해 자위권 차원에서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미가 주적은 아니라면서도 남측의 군비증강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불만을 표하며 자신들의 핵·미사일 고도화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북한의 새로운 무기 시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미 대화 재개가 지연되고 남북 경색국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 11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평양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열고 최근 5년간 개발된 신무기를 대거 공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에서 “강력한 군사력 보유 노력은 주권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위적인 자위적이며 의무적 권리이고 중핵적인 국책으로 되어야 한다”며 국방력 강화를 핵심 국가정책으로 천명했다. 이어 남측이 ‘대북억지력’을 이유로 국방력 강화에 힘쓰면서 북측의 무기 시험은 ‘무력도발’ ‘위협’이라고 평가하는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미국을 향해서도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며 적대시 정책이 먼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전람회 사진을 보면 실내 중앙 무대를 기준으로 왼편에 남측을 타격할 수 있는 단·중거리 미사일이, 오른편에는 일본과 괌, 알래스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주로 나열돼있다.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한 ‘게임체인저’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두부가 얇고 뾰족한 모습으로 화성-14형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된 채 전시돼 중거리 이상급 미사일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시험 발사한 신형 반항공(지대공) 미사일과 그에 앞서 열차에서 발사한 것과 같은 종류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도 등장했다.

북극성-5ㅅ형과 북극성-1형 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작년 10월 열병식에서 선보인 ‘괴물 ICBM’ 화성-16형도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무기박람회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정상국가의 군사력 강화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열병식 못지않은 대외위협 효과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야외에서 진행된 전람회 개막식을 지켜보고 전람회장에선 공군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일일이 악수를 하는 등 군 사기를 진작시켰다. 최룡해 상임위원장과 조용원 당 조직비서,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동안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운 간부는 각종 미사일 개발의 공을 인정받았다가 최근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리병철이 유일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북·미 대화와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자위권을 내세운 군사력 강화는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 재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북한으로선 ‘하노이 노딜’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북·미 대화 전 실질적 성과를 보장해줄 것을 남측에 요구한 것이지만, 핵·미사일 고도화를 예고한 상태에서 남측이 미국을 설득할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