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잦았던 중국 북부 지방에 최근 이례적인 폭우가 내려 홍수 피해가 속출했다. 중국의 재난은 통상 남쪽엔 홍수가, 북쪽엔 가뭄이 자주 드는 ‘남로북한’(南澇北旱)의 양상을 보였는데 올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비 피해가 큰 산시(山西)성은 중국의 주요 석탄 생산지여서 전력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중국 응급관리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허난성을 시작으로 쓰촨성, 산시(山西)성, 허베이성에 많은 비가 내렸고 8월엔 후베이성과 산시성(陕西)에 폭우가 이어졌다. 산시(山西)성의 10월 월평균 강수량은 31.1㎜에 불과했지만 지난 2~7일 계속 비가 내리면서 성 전체 59곳 기상관측소의 일일 강수량이 개소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시성 응급관리청은 이번 비로 175만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12만명여명이 긴급대피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산시성에도 평년 대비 60% 이상 많은 비가 내려 60년 만에 최고 강수량을 찍었다.
중국 SNS 웨이보 등에는 산시성의 이례적인 10월 집중 호우 원인을 분석한 글이 여럿 올라왔다. 런궈위 중국지질대 교수는 “북반구의 대기 환류가 몇 년째 이상 징후를 보였고 올해는 더욱 두드러졌다”며 “중·고위도 지역의 환류 반경이 크게 변하면서 차갑고 따뜻한 공기의 남북 교류가 한층 격렬하고 빈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태평양 열대 고기압이 북서쪽에 치우쳐 있고 강우대가 장기간 쓰촨 분지에 체류하면서 동북부 지역은 비가 많이 오는 반면 남쪽은 무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올해 1~3분기 자연재해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액은 2864억 위안(53조원)으로 집계됐다. 피해액의 85%가 3분기에 발생했다.
중국 최대 석탄 생산지인 산시(山西)성에선 폭우 탓에 탄광 682개 중 60곳이 폐쇄됐거나 가동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시성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탄광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며 “지금까지 대부분의 탄광은 정상 생산을 회복했고 4개 탄광만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탄광의 생산 중단이 석탄 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수리 중인 4개 탄광의 연간 석탄 생산량은 360만t 규모다.
석탄 선물 가격은 연이틀 급등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석탄 선물 가격은 전날 12%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한때 7.1%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인 t당 1507.8위안(28만원)에 거래됐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앞으로 석탄 화력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는 100% 시장 거래를 통해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70%에 대해서만 시장 가격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고정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