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 가능성” vs “몇번째냐” 명·낙 또 정면충돌

입력 2021-10-12 17:04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놓고 내홍이 이어지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또다시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이 언급됐다. 결선 투표를 요구하는 이낙연 전 의원 측과 이 후보 측은 경선 종료 후 사흘째 정면충돌을 이어갔다.

포문은 앞서 한 차례 이 후보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했던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설훈 의원이 열었다. 설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런 상황(이 후보의 구속)이 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져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이 후보에게) 대장동 사건과 전과, 스캔들 같은 흠결이 있고, 원팀이 안 되는 상태에서 본선에 나가면 (대선에서) 진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캠프 설훈 선대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공약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설 의원은 또 이 후보가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에 직접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장동과 관련된 최소한 세 사람의 당사자를 만났다”면서 ‘이 후보가 연루돼 있다고 들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네, 여러 사안이 있는데 (이 후보 형님 강제입원 문제와 별개의) 정신병원 감금 문제에 대한 증언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 의원은 이날 관련 제보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설 의원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 전 대표 측의 결선투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과 관련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도부가) 이 상태로 계속 가겠다면 당의 분열상태를 두고 본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선투표를 진행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엄포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스스로 결선투표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송 대표를 향해선 이어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고 일방에 치우쳐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전날 직접 대응을 자제했던 이 후보 측은 공개 반박에 나섰다. 이 후보의 수행실장 김남국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설 의원이 너무 격앙돼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과연 이낙연 캠프의 진의인지 헷갈린다”며 “공인된 국회의원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고,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무언가 있는 것처럼 냄새를 피우면서 말은 안하는 것이 지금 도대체 몇번째냐”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와 관련해선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은 ‘내가 만든 룰을 1년 뒤에 와서 보니 나한테 불리하니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이서 온당한 문제제기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스스로 결선투표를 결단하라는 요구에 대해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경선이 다 끝나 후보를 확정한 상태에서 경선을 다시 진행하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설 의원이 제기한 ‘이재명 대장동 연루 의혹’과 관련해서도 “그렇게 확실한 정보가 있었다면 경선 중에 공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전 대표의 뜻이 뭔지 모르겠는데, 설 의원이 이렇게 할수록 이 후보에게는 오히려 좋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설 의원의 발언에 대한 법적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후보 측 입장이다.

이 후보 측은 이 전 대표가 하루빨리 승복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2017년 대선 때부터 이 후보를 도운 김병욱 의원은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경선 승복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미 안 된다고 결정한 과거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당의 원팀 정신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