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특구 1번지’ 제주, 퇴역마 펫사료 생산 방침 논란

입력 2021-10-12 15:11 수정 2021-10-12 15:53
제주도 축산진흥원 내 말조련거점센터에서 승용마 조련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1호 말산업 특구’ 제주도가 경주 퇴역마를 반려동물 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경주마가 말고기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용도 다각화의 일환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인데 동물 단체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19년 ‘제2차 제주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2019~2023)’을 통해 제주 말고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경주 퇴역마(서러브레드 종) 고기 유통을 차단하기로 했다. 식용마 금지 약물을 맞은 저급 말고기 유통이 제주 말고기 산업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 발주로 최근 완료된 ‘경주 퇴역마 펫사료 제품 개발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에서는 퇴역마를 도축해 제주의 청정성과 말고기의 저칼로리 고단백 기능을 강조한 고급 사료로 활용하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노령 반려동물을 키우는 30대 반려인을 주 고객으로 간식류(육포)를 출시한 후 인지도 상승에 따라 익혀서 먹이는 화식형을 출시하라는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도는 육지부 육가공시설 공장에 원물을 보내 주문자위탁생산방식으로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동물단체에서는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제주동물권연구소 등 전국 동물권 보호단체들은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제주도는 경주 퇴역마 랜더링 처리를 위한 펫사료 공장 추진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각종 호르몬제와 항생제가 투여된 경주마를 사람이나 동물이 섭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경주마가 벌어 들인 수익은 가장 우선적으로 말 복지정책에 쓰여야 한다. 국내 말산업 특구 1호 제주에서 먼저 경주마의 전 생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준을 수립·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국내 경주 퇴역마는 연간 1400마리 정도가 발생한다.현행법 상 경주마는 마주 소유로 식용으로 사용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도 관계자는 “전국 경주마의 절반이 제주 농가에서 생산되고 있어 은퇴마의 현실적인 용도를 행정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펫사료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더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에서는 지난 2018~2019년 도축장에서 퇴역마를 학대하는 영상이 한 동물단체에 의해 공개돼 제주축협 등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는 등 큰 논란을 낳았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