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구직단념한 ‘고립청년’, 가정·학교 폭력 등 트라우마로 집에만 있는 ‘은둔청년’이 사회로 다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립청년에게는 자기탐색 및 관계형성, 진로컨설팅을 지원하고, 은둔청년에게는 자조모임을 통해 사회접촉 경험을 늘려준다.
서울시는 12일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고립·은둔청년 232명을 대상으로 올해 연말까지 특화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고립청년 162명에게 진로탐색·진로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으로 구직단념 상태인 저소득 고립청년이 대상으로 올해 2년차를 맞는다. 자기탐색, 관계형성 프로그램, 소그룹 커뮤니티 등 관계기술 지원과 자기계발, 진로재탐색, 생활영역 및 진로컨설팅, 마음건강 상담 등 통합지원까지 이뤄진다. 아울러 맞춤형 사회진입 지원 등을 동시에 지원한다.
은둔청년 지원사업은 올해 처음 시범운영한다. 학교 및 가정에서 정서적 갈등·트라우마를 겪는 은둔청년 70명을 발굴해 이들이 집 밖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립감·좌절감으로 사회적 단절이 긴 은둔청년들이 자조모임을 통해 사회접촉 경험을 늘릴 수 있도록 돕고, 각종 취미 및 체험활동도 제공한다. 당사자 모임과 함께 은둔하는 자녀를 이해하기 위한 부모 아카데미도 진행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통상 6개월 이상 자신의 방이나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가족 이외의 사람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가지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장애·임신·출산으로 집에 머무는 경우는 제외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세~34세 은둔 청년은 17만 명 이상으로 추계된다. 최근에는 은둔청년 외에 5080 은둔중년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고립·은둔청년 지원 프로그램 참여 청년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청년은 “항상 위축돼 있고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부정적인 생각 끊어내기’ 연습을 통해 점차 타인의 시선이나 부정적 사고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은 “평소 사소한 대화를 나눌 친구조차 없어 관계형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두려웠지만 자기탐색 프로그램으로 점차 나 자신을 개방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공‧민간기관, 유관 전문단체와 연계해 지역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립‧은둔 청년을 공식 모집기간뿐 아니라 상시적으로도 발굴하고 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청년 지원은 더 이상 가족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이제는 공공이 나서야 할 문제”라며 “내년에는 사업을 양적·질적으로 고도화·체계화해 보다 많은 청년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