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돌본 조현병 딸 살해한 70대 부부…“손녀 위해”

입력 2021-10-12 09:49 수정 2021-10-12 12:57
국민일보DB

조현병을 앓던 40대 딸을 살해한 70대 아버지와 이를 방조한 어머니가 각각 징역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권순향)는 살인과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사체은닉미수와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된 아내 B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 부부는 정신질환인 조현병을 앓던 딸 C씨와 C씨의 딸을 10여년간 부양해 왔다. 이들은 지난 4월 20일 자택에서 A씨가 미리 준비한 도구로 C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부부는 C씨 시신을 야산 공터에 묻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1년 전부터 C씨 살해를 논의했다. A씨와 B씨는 C씨의 조현병이 심해지자 앞으로 자신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아들이 외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C씨의 살해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딸의 증세가 점점 악화됐고 딸이 낳은 손녀의 앞날이 걱정돼 살해했다”며 “나이가 많은 나와 아내가 먼저 죽으면 딸이 손녀의 인생을 망치게 할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구체적인 살해 방법을 계획해 친딸 목을 졸라 살해한 점이나 범행을 방조한 점 등은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했다. 다만 “10여년 동안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딸을 보살폈고 노령인 피고인이 사망한 뒤 손녀 장래를 걱정해 범행에 이른 것은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