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대던 국힘 후보들, 대장동 나오자 ‘환상 케미’

입력 2021-10-11 21:38 수정 2021-10-12 03:00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이 본격적인 당내 레이스에 접어들며 한목소리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공세에 나섰다. 토론 내내 맞부딪히던 이들은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이 대화 주제로 오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합심해 대여(對與) 공격에 열을 올렸다. 정치적 불모지로 평가되는 호남에서 흥행 분위기를 일으켜 경선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2차 예비경선을 통과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후보 4명은 11일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광주·전북·전남 합동토론회에서 이 지사를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

유튜브 영상 ‘화천대유 특강’으로 이 지사 ‘저격수’ 이미지를 굳힌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포문을 열었다. ‘대장동 의혹 1타 강사’라는 별칭을 얻은 원 전 지사는 이날도 이 지사를 향한 공격을 주도했다. 그는 대장동 의혹을 북한 미사일에 빗대며“또 다른 대량 살상 무기다. ‘이재명 무기’가 대장동 로켓발사대에 막 장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도 수사의 진척도를 지적하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원 전 지사는 “검찰은 수사를 안 하다가 정영학이 녹취파일 들고 가 수사해달라고 하니 할 수 없이 하고 있다”면서 “휴대폰도 한동훈 검사 잡을 땐 몸을 덮치면서 이종격투기를 하더니, 유동규가 오피스텔에 누워있다가 창문 열고 투포환 선수처럼 던졌는데 얼마나 멀리 던졌는지 우주 밖으로 지금도 휴대폰이 날아가는 중”이라고 비꼬았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호남권 합동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계속해서 날을 세우던 홍준표 의원도 대장동 의혹만큼은 원 전 지사 비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전날 민주당 3차 선거인단 득표에서 28.30%를 얻는 데 그치며 이낙연 전 대표(62.37%)에게 더블스코어로 완패한 점을 언급했다. 이 지사는 안정적으로 반수 이상을 확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50.29%(71만9905표)로 간신히 과반을 넘겼다.

홍 의원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표 계산 방법이 법률에 어긋난다”면서 “제가 보기엔 이낙연 측에서 가처분 신청하면 (경선 결과가) 100% 뒤집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민주당 경선에서 중도 포기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해 총투표수에서 제외한 것을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당 지도부에 이의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다. 홍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 원팀 기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에 불을 지핀 것으로도 해석된다.

원 전 지사가 이 지사의 뇌물죄 입증이 어렵지 않겠냐고 묻자 홍 의원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검사가 그 정도는 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이었으면 벌써 밝혔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원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항마’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가 됐지만 집권여당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면서 “문재인 정권에서 (대장동 의혹을) 뭉개고 갈 텐데 정책이든 도덕성이든 이재명과 극과 극에 있는 유승민이 반드시 이재명을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로 정책 질의를 하며 수비에 주력한 윤 전 총장은 이번 토론회에서는 말을 아꼈지만,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장동 의혹을)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어제 민주당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득표 상황이 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장동 의혹이 민주당 위기론으로 확산하며 이 지사를 향한 민심이 돌아섰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