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 합격·탈락 뒤바꾼 ‘엉뚱한 채용’

입력 2021-10-12 05:00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 초 채용부터 가산점 적용에 오류를 범해 합격자가 뒤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뒤바뀐 합격자가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지원을 위해 파견됐던 체육 관련 단체 직원으로 드러나면서 부정 채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건 이후 체육인 인권 보호와 스포츠 비리 근절을 목적으로 지난해 8월 출범한 단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스포츠윤리센터 직원채용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 직원 채용 과정에서 보훈 가점이 잘못 부여됐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추진단 실무지원반원 A씨는 지난해 7월 보훈 가점을 줄 수 없는 인원 기준으로 채용을 진행함에도 서류·면접 전형 모두에서 특정 지원자 C씨에게 보훈 가점을 줬다.

국가유공자법 제31조 제3항에는 채용예정 인원이 3명 이하인 경우에는 취업 지원 대상자에게 가점을 주지 않도록 ‘보훈 가점 합격 인원 상한제’가 규정돼 있다. 해당 채용은 1명을 뽑는 전형이기 때문에 보훈 가점을 줄 수 없던 상황이다.

A씨가 해당 규정을 인지했음에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각 전형에서의 점수 산출을 대행하는 업체가 C씨에게 면접전형에서 보훈 가점 5점을 부여하자 보훈가점 가산비율을 정확히 확인해 반영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보훈 가점 상한제와 무관한 일반 채용과 같이 보훈 가점이 10점이 되도록 했다. 감독 책임을 가진 실무지원반장 B씨는 면밀한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잘못 적용된 보훈 가점 10점이 결국 합격자와 탈락자를 뒤바뀌는 상황을 만들었다. 애초 탈락자여야 했던 C씨가 면접 단계에서 근거 없는 보훈 가점 10점을 받아 합격자가 된 것이다. 반대로 원래 점수대로라면 합격자가 돼야 할 D씨는 C씨가 가점을 받는 바람에 탈락하고 말았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최종학 선임기자

배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체육 관련 단체 소속이었던 C씨는 당시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을 위한 실무지원반에 파견됐었다고 한다. 실무지원반에서 C씨의 채용을 위해 보훈 가점을 무리하게 적용한 것으로도 의심받을 대목이다. C씨는 현재까지 스포츠윤리센터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지난해 7월 채용이 완료돼 같은 해 8월부터 해당 합격자가 근무를 시작했다”면서 “특정감사는 올해 4월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채용 취소 처분 등을 하지 않은 데 대해선 “감사 결과 채용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에 대해서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합격자는 귀책 사유가 없어 합격 취소 또는 무효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문체부 감사 후 A씨는 견책을, B씨는 감봉 1월의 경징계 처분을 각각 받았다. 뒤바뀐 점수로 인해 억울하게 탈락한 D씨에 대해서는 구제 방안조차 없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조사 인력 채용 문제 등으로 초대 이사장이 사퇴하는 등 이전에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실상 파행 운영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배 의원은 “문체부는 채용 결과가 뒤바뀐 중차대한 사안을 인지해 놓고도 구제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던 이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보현 이상헌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