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출된 지 하루만에 민주당 내에서 경선 불복 사태가 현실화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은 결선 없이 대선 후보를 확정한 당의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이의신청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이재명”이라며 재논의 요구를 거부했다. 경선 과정에서 사그라들지 않았던 갈등이 무효표 논란을 기점으로 폭발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내부 분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캠프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를 방문해 ‘특별당규 59조 1항 유권해석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을 맡았던 최인호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결선투표를 위한 이의제기에 대해 즉각적인 논의와 수용을 바란다”며 “지도부의 안이한 판단이 일을 지금까지 키웠다. 결선투표 도입이 진정한 원팀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 측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한 2만8000여표의 무효 처리 번복을 요구했다. 이들은 “당헌당규를 제대로 적용하면 이 후보의 득표율은 49.32%이며 과반에 미달한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반드시 결선투표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가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대선을 앞두고 법적 공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저희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결선 투표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당하고 합리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정말 그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 측은 지도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정면대응을 자제했다. 자칫 진영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모습여 역력했다.
이 후보는 오전 대전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상식과 원칙, 당헌당규에 따라 우리 당에서 잘 처리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서도 “우리는 하나의 팀원이고, 팀 자체가 승리할 수 있도록 각자가 정해진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당의 일원”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함께 경쟁해주신 이낙연 추미애 박용진 후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한편으로 조금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어떤 면에서도 저보다 더 좋은 역량을 가진 분인데 제가 선택받게 돼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 후보의 대선 후보 확정 사실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 대표는 대전현충원에서 “민주당은 어제 공식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자로 선포했고 추천서를 수여했다”고 못박았다.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지도부 간담회 후 “현재까지 진행된 모든 절차와 내용은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추천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공식적으로 완료가 된 것”이라며 “이의신청 중심으로 살펴보겠지만 다른 결론을 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최승욱 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