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배임 확인이 관건… “배당 수익 압류도 가능”

입력 2021-10-11 17:56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뇌물 정황이 담겼다는 녹취파일이 일단 관심을 끌지만, 법조계는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에서 실질적 파급효과가 있을 범죄 혐의로 업무상 배임을 꼽는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 ‘초과이익 환수’ 규정이 검토됐다가 석연찮게 빠진 데 따른 4040억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최종적으로 인정될 경우, 공사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에 그만큼의 배당 수익을 압류하는 일도 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배임 혐의는 화천대유의 4040억원을 다시 빼앗느냐 하는 문제로까지 연결된다”고 말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1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에 출석해 적극 진술한 부분 중에는 배임 혐의에 대한 부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측은 ‘초과이익 환수’ 규정의 석연찮은 누락 시점으로 2015년 2월과 5월 두 시점이 지목되는 것과 관련해 나름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사업 협약이 이뤄진 2015년 5월의 경우 “공모지침에 없었던 ‘초과이익 환수’ 규정이 협약에 담기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사가 공모지침으로 내걸었던 조건이 사업자 선정 이후 협약 때 수정된다면 큰 소송 거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사 내부에서 ‘초과이익 환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실무진의 의견과 ‘윗선’의 묵살은 그에 앞서 2015년 2월에도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때에도 관여는 없었으며, 공사의 확정수익을 먼저 규정하는 큰 기조는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결단일 뿐이라는 것이 김씨 측의 반론이다. 김씨 측은 다른 컨소시엄들도 1공단 공원조성비 전액 사업비 부담, 임대주택용지 제공 등 공모지침서에 마련된 대로의 사업이익 배분 원칙에 맞춰 응모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공사의 손해와 민간사업자의 이익이라는 거대한 배임 혐의가 뇌물 의혹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유동규(구속) 전 공사 기획본부장의 영장범죄사실에 업무상 배임 혐의를 기재해 영장을 발부받은 뒤 대주주 김씨와의 공모 여부도 신중하게 살펴온 것으로 전해졌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누락되는 전후 과정과 김씨 등 화천대유 관계자들의 행위에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온 것이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 속 정황도 이 수사에서 비중 있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수사는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언제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 대장동 개발사업을 놓고 부적절한 논의나 금전을 주고받은 일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둘을 연결한 이가 성남시의회 관계자였다는 주장도 언론 보도로 제기돼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 4명이 ‘도원결의’를 맺었다고 주장했었다. 김씨는 녹취파일을 토대로 전해지는 의혹들은 부풀려졌으며 모든 거래내역을 조사하면 로비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