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첫 행보는 국립대전현충원과 질병관리청 방문, 선거대책위 구성 등을 위한 당 지도부와의 회동이었다. 이 후보가 지사직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가 우선 논의대상이다. 이 후보는 18일과 20일로 예정된 국정감사까지는 지사직을 유지하며 대장동 이슈를 직접 방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선거운동 제약 등을 이유로 지사직 조기사퇴를 건의했다.
이 후보는 11일 국회 민주당대표 회의실에서 당지도부와 첫 공식 면담을 가졌다. 이 후보는 면담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지사직 사퇴와 관련해 “고민해 보겠다. 경기지사로서의 책임도 있고 여당 후보로서의 책임도 있어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데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송영길 대표는 면담에서 “경기지사직을 속히 정리하고 하루빨리 민주당의 예비후보로 등록을 해서 본격적인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건의했었다. 당지도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지사직 조기사퇴가 언급된 건 처음이다.
이 후보의 지사직 유지 여부는 대장동 이슈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당장 18일과 20일에 각각 열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신분으로 출석이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의 공격적인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는 이 후보가 홀로 야당의 공세에 맞서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들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식적인 여당의 대선후보가 국감장에 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이날 면담에서 제기됐다. 지사직을 유지할 경우 대선 예비후보 등록이 늦어지면서 선거운동상 각종 제약이 발생하는 점도 당지도부가 조기사퇴를 요청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당 지도부는 대장동 이슈를 당이 중심이 돼 총력 방어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송 대표는 “당내에 바로 대장동 관련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이슈에 대응하며 공약으로 제시한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제도 역시 당이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의 이런 계획은 그간 이 후보가 일관되게 밝혀왔던 입장과는 일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대장동 이슈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었다. 최소한 관련 국감까지는 방어하고 지사직을 내려놓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상황에서 이 후보가 당 지도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에도 부담이 따른다. 이재명캠프 관계자는 “지사직을 곧장 내려놓으면 특검도 국감도 회피하려한다는 야당의 공세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고, 당지도부의 강한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후보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국감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해 금명간 지사직 사퇴시점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후보의 첫 공식일정은 대전현충원 참배로 시작됐다. 통상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역대 대통령 묘역이 안치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하는 점을 감안하면 달라진 점이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그간 비판적 평가를 내놨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는 “여러 현충원이 있지만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충청에 위치한 대전현충원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