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 민생공무원 확대 공약의 일환으로 경찰 인원을 대거 확충했지만 정작 민생 전담 분야보다는 시위 진압이 주 업무인 기동대만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동대 등 경비 인력은 3년간 30% 늘었는데 수사 등을 담당하는 생활 분야 인력은 10%가량 느는 데 그쳤다.
의무경찰(의경) 감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인력 필요성이 늘어난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현장에서는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 인력으로 인해 부실한 초동 대처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인력 증가율, ‘경비’ 인력 가장 많아
국민일보가 11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경찰청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수는 2017년 11만8069명에서 지난해 12만8295명으로 3년 새 1만226명(8.7%)이나 늘어났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명 확대 공약의 하나로 경찰 등 현장 민생공무원을 17만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공약을 잘 이행했음에도 평가가 박한 이유는 따로 있다.충원한 인력 배치 현황이 문제다. 기능별로 나눠봤을 때 가장 인력 증가율이 높은 분야는 시위를 진압하는 기동대가 포함된 경비다. 경비 인력은 지난해 기준 1만4007명으로 2017년(1만785명) 대비 29.9%나 증가했다.
반면 민생과 밀접한 수사 파트나 치안 담당인 생활안정 파트 인력은 지난해 각각 2만2693명, 1만4757명으로 2017년 대비 10.1%, 9.7%씩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고소·고발 사건 등 민생 관련 범죄 처리 부담이 가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경비 인력 증가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경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경찰은 집회 현장 등에 투입하던 의경을 2023년까지 폐지하기로 하면서 대체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경을 포함해 지난해 배치한 집회시위 담당 중대 수는 1만6810중대로 2019년(2만6687중대) 대비 37.0%나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위가 줄기도 했고, 유혈사태가 없었던 탄핵 촛불 시위 이후 시위 문화가 평화적으로 바뀐 점도 영향을 끼쳤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비 인원은 줄었지만 장비가 첨단화되고 시위 문화도 바뀌어 코로나19 이후라도 대응에는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업무 편중 현상에 부실 대응 우려 제기
업무가 과중할수록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서비스 제공은 힘들어진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의 초동 대처 부실 논란 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추 의원은 “정작 국민이 원하는 치안 서비스는 소홀해지고 현장 인력들의 업무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현장과 민생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공공일자리 늘리기 구실만 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필요한 분야에 인력이 가도록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