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대부분을 부자 나라들에만 수출하고 가난한 나라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백신 정보 업체인 에어피니티를 인용해 모더나가 세계은행(WB) 분류상 저소득 국가에 수출한 물량이 약 100만 회분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화이자 백신(840만회분)에 한참 못 미치며, 얀센 백신(2500만회분)의 4% 수준이다.
모더나와 개별 구매 계약 정보가 공개된 23개국(유럽연합 포함) 중 저소득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특히 모더나는 지난 5월 국제 백신공동구매기구 ‘코백스 퍼실리티’에 연내 최대 3400만회분을 공급키로 했지만 현재까지 단 1회분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는 중간소득 국가에 ‘프리미엄’ 가격표를 붙이기도 했다. 백신 1회분 가격을 미국에 15∼16.50달러, 유럽연합(EU)에 22.60∼25.50달러로 각각 책정했지만 중상소득 국가인 보츠와나, 태국, 콜롬비아로부터는 27∼30달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마저도 태국은 내년에나 백신을 받을 예정이고, 8월부터 시작한다던 보츠와나 수출분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모더나는 백신 연구와 임상시험 과정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약 13억 달러(1조5000억원), 국제민간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로부터 90만 달러를 지원받았음에도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모더나는 투자 수익 극대화 외에는 아무런 책임이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매출이 6000만 달러(약 717억원)였던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수입이 140억 달러( 1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 공동 설립자 로버트 랭거와 누바 아페얀 그리고 초기 투자자 티모시 스프링어는 올해 포브스 선정 400대 부호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모더나는 내년 저소득 국가에 10억회분을 공급하고, 아프리카에 백신 공장을 세우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