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곡창지대 전북, 가을 장마로 벼 병해충 확산 초토화

입력 2021-10-10 14:17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행안면 한 논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로 다 자란 벼를 갈아엎은 뒤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곡창지대인 전북지역 볏논에 가을장마로 인한 병해충 피해가 커가고 있다. 농민들은 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10일 전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달 13일을 기준으로 도내 전체 벼 재배면적 11만4509㏊ 가운데 43.1%인 4만9303㏊에서 병해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종류별로는 이삭도열병이 3만376㏊(26.5%)로 가장 많았고 세균 벼알마름병 1만684㏊(9.3%), 깨씨무늬병 8243㏊(7.2%)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부안이 1만2689㏊로 가장 심각했다. 이어 군산 6757㏊, 고창 5930㏊, 남원 5005㏊, 순창 4602㏊, 김제 3972㏊ 등이었다. 당시 조사는 지역별로 표본을 추출해 진행했다.

전북지역의 벼 병해충 피해가 이처럼 심각한 것은 잦은 가을비로 방제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병해충이 논에 그대로 남아 월동을 한 뒤 가을장마 시기에 급속히 번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이삭도열병은 나락이 나오기 직전에 방제해야 하는데 그 시기에 하루가 멀다고 비가 와 약을 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진봉면의 논에서 한 농민이 병해충 피해를 입은 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이후에도 서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장마가 이어져 병해충이 급속히 번진 점을 고려하면 피해 면적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벼 베기를 시작한 농민들은 수확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은 자연 재해에 따른 피해인 만큼 재해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북도연맹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나락 등숙기인 8∼9월에 때늦은 장맛비가 내리며 온갖 병충해가 창궐했다”며 “명백한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이므로 정부와 전북도는 하루 속히 재해 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북도의회도 최근 본회의에서 ‘벼 이삭도열병 등 병해충 피해 지역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안건을 대표 발의한 김철수 의원(정읍1)은 “벼 병해충 피해를 농업자연재해로 인정해 재해대책 복구비를 지원하고,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 개선 및 농업 분야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전북도는 “현재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