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가난한 나라에 백신 0…부자나라에 더 싸게”

입력 2021-10-10 11:51 수정 2021-10-10 14:01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이른바 부자 나라에만 공급하는 등 이윤 추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저소득 국가 수출은 하지 않고, 오히려 부자나라에 더 낮은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백신 관련 데이터 업체인 에어피니티는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제조사 중 부자 나라들에 대한 백신 공급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모더나와의 개별 구매 계약 정보가 공개된 23개국(유럽연합 포함) 중 저소득 국가는 한 나라도 없었다. 23개국 중 필리핀만이 유일하게 중저소득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다.

세계은행이 저소득 국가로 분류한 나라들에 수출된 모더나 백신은 총 90만회 투여분인데, 이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840만회분)의 9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모더나는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COVAX)에 참여해 연내 최대 3400만회분의 백신을 공급하는 데 합의한 바 있지만, 이 약속도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은 상태다. 올해가 두 달도 남지 않은 현재까지 아직 단 1회분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지금까지 코백스가 받은 모더나 백신 수천만회분은 모두 미 연방정부가 기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가격이나 공급시기 등에 있어서 모더나의 횡포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간소득 국가들에 대해 선진국보다 더 비싸게 백신을 팔 뿐만 아니라 공급 일정도 일방적으로 지연하는 식이다.

실제 모더나는 미국에 공급한 백신 1회분 가격을 15∼16.50달러, 유럽연합(EU)은 22.60∼25.50달러로 책정한 것과 달리 세계은행 분류상 중상소득 국가인 보츠와나, 태국, 콜롬비아에는 27∼30달러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콜롬비아의 페르난도 루이스 보건장관은 “우리 정부가 주문한 코로나19 백신 중 가장 비싸다”고 말했다.

태국의 경우 모더나 백신 물량은 내년에나 인도가 시작될 예정이고, 지난 8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보츠와나 수출분은 아직 하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콜롬비아 역시 6월 초로 예정된 모더나 백신 도착이 8월로 늦어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그들(모더나)은 투자 수익 극대화 외에는 아무런 책임이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특히 모더나가 지난해 백신 연구와 임상시험 과정에서 연방정부로부터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의 거액과 미 국립보건원(NIH) 소속 과학자들의 지원을 받았던 점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백신 공급 노력을 외면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모더나는 이 같은 비판이 계속되자 백신 생산량을 늘려 내년 저소득 국가에 10억 회분을 공급하고 아프리카에 백신 공장을 세우겠다는 대책을 뒤늦게 내놨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NYT에 “모더나 백신이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공급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슬픈 마음”이라면서도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