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내용 중 일부가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다르다는 이유로 성추행 피해자를 허위 신고자로 몰아 해고한 전남대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남대를 비판했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신봄메 부장판사)는 전남대 직원 A씨가 전남대 산학협력단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2월 교직원 회식 자리에서 상사인 B과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전남대 인권센터에 신고했으나 2차례나 기각당했다. 전남대 징계위원회는 CCTV 영상과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B과장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허위신고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6월 25일 A씨를 해고했고, A씨는 성추행 신고 내용이 사실에 들어맞고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성범죄 관련 소송 심리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면서 “B과장의 행동에 관한 내용과 현장 상황에 대한 묘사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거나 특징적”이라면서 “그 진술의 흐름과 구체적인 진술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신고내용과 CCTV 영상이 달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일을 겪어 3주 가까이 지나 신고하면서 발생한 착오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고내용이 일부 CCTV 영상과 다르다는 이유로 B과장에 대한 신고를 기각한 것에 더 나아가 피고가 허위의 사실로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법리와 변론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 처분은 정당한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고 판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A씨 법률대리인단은 “A씨는 10년간 몸담아온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피해를 보고도 쫓겨나야만 했다. 전남대는 A씨가 복직 뒤 명예훼손·따돌림 등 2차 피해를 보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면서 “반성·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법률대리인단은 A씨가 B과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광주지검이 불기소한 것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 신청을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