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 초기부터 관여한 정민용 변호사가 16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호’ 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 씨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과 뇌물 제공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9일 오전 9시20분부터 10일 새벽 1시쯤까지 정 변호사를 조사했다.
정 변호사는 조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다”고 짧게 말한 뒤 청사를 빠져나갔다. 그는 이날 검찰에 A4용지 20쪽 분량의 자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술서에는 지난해 8월 당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이 비료 사업을 제안했고, 함께 동업하기로 해 남욱 변호사에게 사업 자금 20억원을 투자받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는 자기 것이고 김씨에게 차명으로 맡겨 놓았다’고 여러 차례 말한 적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유 전 본부장을 지목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이혼 합의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며 “김씨에게 700억원을 곧 받을 것”이라며 자신의 변제 능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라고 밝힌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의 주장과 엇갈린다. 검찰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지침서 작성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2014년 10월 남 변호사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으로 들어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대장동 사업의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사업 진행 과정을 유씨에게 직접 보고하는 등 실무를 담당했다.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이자 현재 미국 도피 중인 또 다른 중추인물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11일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 등 당시 개발사업을 주도 또는 관여한 인물들로부터 사업에 특혜를 받고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화천대유 측이 정관계 로비를 한 금액이 350억원에 달한다는 내용도 녹취파일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과 시의원들에게도 전방위적인 로비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하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