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가 사임 계획을 발표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현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과 야당이 국민당에 총리 교체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A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제바스티안 쿠르츠(35) 총리는 9일(현지시간) 밤 기자 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전하며 후임자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무장관을 추천했다. 그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오스트리아도 몇 달간의 혼돈과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그냥 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총리직을 사임하지만 정계 은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쿠르츠 총리는 “정치 최전선에 남아 있을 것이며 국민당의 당 대표로 의회에서 활동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쿠르츠 총리의 부패 혐의에 대해 수사를 시작함에 따라 국민당과 녹색당이 구성 중인 연립정부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국민당은 쿠르츠 총리를 두둔하면서 결속을 강화했으나 녹색당 출신인 베르너 코글러 부총리는 전날 “쿠르츠 총리를 대신할 흠결 없는 인물을 후임자로 지명해 달라. 그래야 우리는 크고 중요한 많은 공동의 프로젝트와 개혁을 실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이 샬렌베르크 장관을 후임 총리로 받아들일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야당들은 조만간 총리 불신임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검찰은 지난 6일 쿠르츠 총리와 9명의 다른 사람들이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총리실을 포함해 재무부, 국민당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들은 여론조사 조작과 공금으로 자금을 조달한 언론의 우호적 보도를 통해 당과 국가의 지도부에 오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쿠르츠 총리는 2017년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해 만 31세 나이로 세계 최연소 정치 지도자가 됐다. 하지만 2019년 5월 자유당 대표였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전 부총리의 ‘부패 동영상’ 스캔들이 터지면서 연정이 붕괴했다.
당시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그는 이듬해 녹색당과 손을 잡으며 다시 한번 총리 자리에 올랐지만 이번 부패 의혹에 따른 퇴진 압력에 결국 직을 내려놓게 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