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6일(현지시간) 말라리아 백신을 최초로 공식 승인했다. 뉴욕타임즈(NYT)를 비롯한 외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치명적인 전염병 말라리아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무기를 얻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WHO가 접종을 권고한 말라리아 백신은 1987년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RTS,S/AS01’(모스퀴릭스)이다.
이 백신은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인 기생충의 하나인 열대열말라리아원충이 사람 혈관에 들어오면 면역체계를 작동시키고 간세포 감염을 방지하는 형태로 작동된다. 열대열말라리아원충은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100여 개의 원충 중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5개월 이상 된 어린이에게 RTS,S/AS01 4회분을 접종하라고 권고했으며,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열대열말라리아원충’(Plasmodium falciparum) 때문에 말라리아 전염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에게 사용을 권했다.
이날 WHO의 권고는 2019년부터 가나, 케냐, 말라위 등 3개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WHO는 이 시범사업으로 현재까지 어린이 80만 명이 총 230만 회분의 RTS,S/AS01를 접종받았는데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의료와 보건환경이 좋은 지역에서도 백신 접종만으로 중증 말라리아가 30%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 RTS,S/AS01이 어린이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중증 말라리아와 이로 인한 입원을 큰 폭으로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RTS,S/AS01 연구결과에서도 말라리아 예방약을 백신과 동시에 사용하면 입원 또는 사망이 70%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WHO가 승인한 RTS,S/AS01는 지난 2015년 유럽의약품청(EMA)의 사용승인을 받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어린이 보건과 말라리아 통제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라리아 방역을 위한 기존의 도구들과 함께 이 백신을 사용하면 매년 수만 명의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라리아는 한 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으로, WHO는 2019년에만 2억2900만 건의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중 40만 명은 말라리아 때문에 사망했다.
특히 아프리카는 말라리아 발생이 가장 많아 몸살을 앓고 있다. 2019년 말라리아 감염자와 사망 94%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으며 매년 5세 미만 아프리카 어린이 26만 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있다.
사실 말라리아 백신 개발 연구는 지난 100여 년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박멸이 어려운 말라리아의 특성상 백신 개발은 난항을 겪어왔다. 말라리아는 기생충이 주범이기 때문에 퇴치가 어렵고 인체의 면역 체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에 WHO와 국제사회는 이번 백신 개발을 놓고 “인류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말라리아를 정복하기 위한 역사적 첫발을 뗐다”고 평가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