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관객 있는 개막식 눈물 났다…팬데믹 딛고 세계적 영화제로 발돋움"

입력 2021-10-08 19:52 수정 2021-10-08 20:20
배우 조진웅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이 “개막식 행사에 관객들이 있는지 몰랐다. 솔직히 눈물이 났다”면서 벅찬 감격을 전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을 맡은 조진웅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기자들과 만나 팬데믹 상황에서 영화제가 열린 데 대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태어나서 자라고 연기를 시작한 곳이 부산인데 얼마만에 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관객들을 만나는 게 사는 이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울컥했다. 배우인 내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개막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말하자면, 정말 행복하다. 우리나라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가장 큰 영화 축제다. 요즘 ‘대한민국 콘텐츠의 힘’ 난리났지 않나. 이 명맥을 이어온 선배들의 피와 땀이 일궈낸 결과다. 전염병이 창궐했다 해도 영화제를 지속할 수 있고,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음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여느 때와 다른 감동이 있다. 영화인으로서 협조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발벗고 같이 해야겠다.”

-이번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 계획인지.
“선배들이 해왔던 일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관객의 심정으로 영화를 봐야할 것 같다. 원래 남 평가할 때가 제일 재밌지 않나. 내 영화 시사회할 때는 떨리는데 이번엔 영화제에 참여한 배우로서 즐기려 한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뭐라고 보는지.
“진심이다. 심사할 때도 제가 그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제 가슴으로 다가올 거다. 매 작품마다 그런 배우가 나타나면 오히려 그게 고민일 것 같다. 기대가 되고 많이 배우게 될 것 같다. 진심을 전달하는 데 있어 자제력 있게, 메시지를 올곧게 전달한다면 그 분이 올해의 배우상감으로 제 가슴을 치지 않을까.”

-팬데믹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을 것 같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이용하나.
“OTT로 콘텐츠를 본다. ‘오징어 게임’은 아직 못 봤지만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건 OTT의 장점이더라. 배달 음식 왔을 때 끊고 가야되는 건 별로다. 주인공은 오열하는데 누군가는 밥상을 차려야 하지 않나.”

-OTT의 시대가 온 것 같다.
“저도 OTT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이제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길 기다리지 말고 움직여야 할 때다. 영화 안 한 지 1년 3개월이 됐는데 오히려 더 바빴다. 코로나 사태를 파악하는데 6개월 걸렸다. 제작사나 선배들을 만나 당황하는 모습을 봤을 때 좀 더 많은 매뉴얼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최근 코로나 이후를 그린 다큐멘터리에 참여했는데 상당히 촌철살인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제 코로나 이전의 시대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이었는데 그건 사실일 거다. OTT의 시대는 당연히 올 것이었는데 코로나로 더 당겨진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만들어낸 많은 작품들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관객과 소통할 거다.”

-한국 배우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드나.
“‘이제 알아보는 거야? 우린 맨날 극장에서 보고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기생충’이란 영화는 영화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영화제를 보면서 쾌재를 부르고 집에서 펄쩍펄쩍 뛰기는 처음이었다. ‘나 대한민국에서 영화하는 사람이다’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저같은 꿈나무에게는 아주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상당히 긍정인 사람같다. 어떤 비결이 있는가.
“제가 우울할 때는 술 못 마실 때다(웃음). 특별히 우울할 게 없다. 오늘은 기자들을 만나는 이 시간을 정말 기다렸다. 이 기운을 가지고 힘을 내서 기자들을 또 만날 수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 팬데믹 전에 몰랐던 소중함을 깨달았다. 참 그리웠다. ‘그게 마지막 무대인사일 줄 알았다면 노래라도 할 걸, 춤이라도 출 걸’하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19로 영화 현장이 어렵다. 배우로서 느끼는 어려움은 어떤 것인가.
“아시겠지만 저는 진짜 소처럼 일했다. 그런데 거의 1년 반을 작품을 못했다. 제작 현장은 너무나도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어렵게 선택한 작품이 12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극장 개봉을 먼저 하고 스트리밍을 조건으로 투자받는다. 그것 자체도 기적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이런 시기에 투자가 돼서 만들어지는 작품에 대해선 제작진의 일하는 마음 자체가 다르다. 오히려 더 견고하게 만들기 때문에 아주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제작비를 줄인다기보다는 주어진 제작비 안에서 어떻게 질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힘들어서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배우)가 해야 할 임무가 있다.”

부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