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수호”…노벨평화상, 필리핀·러시아 언론인에게

입력 2021-10-08 19:40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왼쪽)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오른쪽) 등 언론인 2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2021 노벨평화상의 영예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지켜온 공로를 인정받아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두 명의 언론인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해 두 사람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레사와 무라토프는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용감한 싸움을 벌였다”며 “이들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해지는 세상에서 이러한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레사(57)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눈엣가시’로 꼽아온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의 공동설립자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대적으로 추진해온 ‘마약과의 전쟁’을 심층 취재해 비판 보도를 이어왔다.

무라토프는 1993년 독립신문인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했다. 노벨위원회는 “사실에 기초한 저널리즘과 직업적인 성실성은 검열이 가능한 러시아 사회의 다른 언론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 됐다”고 평가했다. 창간 이래 6명의 기자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무라토프는 편집장으로서 독립성을 유지하며 기자들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옹호해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왼쪽)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오른쪽) 등 언론인 2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 트위터에 올라온 두 사람의 캐리커처.

노벨위원회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저널리즘은 권력남용과 거짓말, 각종 선전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가 대중을 계몽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권리는 전쟁과 갈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며 “올해 노벨평화상은 이러한 기본권과 방어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인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1935년 독일이 1차 세계대전 후 비밀리에 재무장하고 있음을 폭로한 독일의 카를 폰 오시에츠키 이후 처음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12월 10일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에 맞춰 노르웨이 오슬로대 강당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스웨덴 크로나(13억 5000만원)가 주어지며, 공동 수상자인 두 사람이 각각 절반씩 나눠 갖게 된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