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의회 연설에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을 표명했다. 전임 스가 요시히데 내각보다 한국에 대한 평가가 인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8일 도쿄 의회에서 첫 소신 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관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6900자 분량의 연설 중 한국에 관한 언급은 단 두 문장에 불과했다. 앞서 안보와 관련된 기시다 총리의 연설에서 미국과 호주, 인도 등은 가장 먼저 나왔지만 한국은 가장 마지막에 언급됐다.
이는 직전 스가 전 총리의 소신 표명 연설보다도 부족한 분량이다. 스가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건전한 관계’라는 단어는 변하지 않았지만 일부 단어들에 있어서는 강경해진 모습이 역력해졌다.
기시다는 한국의 중요성도 이전보다 낮게 잡았다. 일본 총리들은 줄곧 한국을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하다가 2019년 아베 3기 내각부터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했다.
‘일관된 입장’이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외무상을 맡고 있었다. 기시다 총리는 총리 취임 이전부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합의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오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에 의한 핵과 미사일 개발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면서 “납치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겠다”고 주장했다. 취임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되는 부분이다. 다만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대화의 여지는 여전히 열어뒀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