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국회서 11분간 ‘김치 연설’…비판 봇물 왜?

입력 2021-10-08 13:02
국민일보DB

아르헨티나 상원이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을 통과시킨 후 김치가 아르헨티나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아르헨티나 상원은 6일(현지시간)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하는 안건을 출석 의원 47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제 하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 절차만 거치면 ‘김치의 날’이 아르헨티나에서 공식 기념일이 된다.

아르헨티나 여당 소속 마그달레나 솔라리 킨타나 상원의원은 표결을 앞두고 11분간 김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연설을 했다.

킨타나 의원은 김치를 한국 문화와 국가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는 ‘보물’과 같은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022년은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김치의 날 제정은 한국 이민자들의 문화적·사회적 기여를 기리고, 한국과의 우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킨타나 의원의 연설엔 김치 만드는 법과 김치의 효능, 김장에 대한 설명 등도 담겼다.

지난 4월 주 아르헨티나 문화원이 마련한 김치 시식회. 연합뉴스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은 무리 없이 상원을 통과했지만, 킨타나 의원의 ‘11분 김치 연설’은 현지 언론과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아르헨티나에 처리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상원의원들이 ‘김치’에 대해 긴 시간 논의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현지 언론인 ‘클라린’은 “아르헨티나에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1년 반 만에 열린 상원 대면 회의에서 한 상원의원이 11분간 한국 요리인 김치 ‘강의’를 했다”고 꼬집었다.

현지 누리꾼들도 “아르헨티나 빈곤율이 40%를 웃도는데 김치 논의에 시간을 할애한 것이 적절하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번 논란으로 아르헨티나에서 김치의 화제성이 높아졌다. 주 아르헨티나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7일 오전 한때 아르헨티나에서 김치가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며 “문화원에도 김치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치의 날’인 11월 22일은 김치의 영양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날로, 우리나라에선 지난해부터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배추와 무, 젓갈을 비롯한 김치의 재료 하나하나(11)가 모여 22가지 효능을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