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표제작 ‘뱀파이어의 메일함’은 무형의 메일함에 박혀 있는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 등이 죽어 있는 뇌세포가 되어 가는 것과 같은 문학적 상상력으로 끌어냈다.
‘…사라진 메일들이 다시 검은 컴퓨터의 케이블을 타고
서버에 틀어박혀 윙윙거리는 벌집으로 요란하다…’
‘날려버린 매일이 쓰레기통에서 생존 중이다
삭제하며 흘린 피의 선연한 자국이 여전하다
매일의 메일은 죽지 않은 나다…’
이런 김애옥의 시에 대해 문학평론가 박몽구(시인)는 “김애옥의 작품은 첨단의 미디어를 가로지르는 삶 속에서도 무작정 끌려 들어가기 보다 주체적 참여의 공간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며 “아마도 작가의 이같은 인식은 대가 없이 나눔을 실천해 주시던 부모와 이웃에 대한 따스한 기억이 마음의 바탕에 깔려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첫 시집은 1부 ‘산이 걷고 있다’를 비롯해 ‘겨울 여자’ ‘배앓이’ ‘쉘 위 댄스’ 등 총 4부 60여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김애옥은 방송작가로 활동해 오면서도 산문집 ‘그대가 나의 편지’, 소설집 ‘응답하라 필승’, 인문서 ‘응답하라 에니소통’ 등을 펴내며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보였다. 서울 연동교회를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