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을 제2의 직장으로 삼는 이른바 ‘갑질’을 방지할 재취업 기준이 엄격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사원을 퇴직한 공무원들은 최근 6년여 동안 3명 중 1명 이상이 피감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재취업을 한 것으로 조사돼 비난을 사고 있다.
7일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 법제사법위원회)이 감사원과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9개월간(2016~2021.9.) 감사원 퇴직 후 재취업을 한 공무원들 중 피감기관으로 간 인원은 총 26명으로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한 인원 총 76명 중 약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감사원 퇴직공무원 중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하기 위해 취업제한여부 확인요청 또는 취업승인심사 신청을 한 76명 모두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100%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았다.
취업 제한 제도가 이렇듯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데에는 감사원의 숨은 조력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업 제한 관련 규정 공직자윤리법시행령제33조의2·제33조의3·제34조에 따르면 퇴직공무원이 취업 제한 확인이나 취업 승인 심사 신청을 하면 퇴직 전 소속 기관의 장은 재취업 검토의견서를 공직윤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소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검토의견서’는 사실상 ‘취업 추천서’나 다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 의원은 “감사원 등 공직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사실이 있고, 각종 학위 및 성과 등을 보유하고 있어 취업할 곳의 특정 직위에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러한 식으로 기술돼 있어 재취업 가능 여부에 대한 검토의견이라기보다는 취업 추천서에 더 가까웠다”고 분석했다.
감사원은 감사대상기관만 1601개, 그 인원만 161만9024명(감사연보 2020)에 이르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그 만큼 타 기관보다 더 엄격한 윤리기준을 가지고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감사원이 나서서 퇴직자들의 피감기관행을 부추기면 을의 위치에 있는 피감기관 입장에서 슈퍼 갑으로 여겨지는 감사원 출신을 사실상 거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감사원 퇴직 공무원들의 거침없는 피감기관행은 당사자들이 재직 시 행한 감사 업무는 물론이고, 전관들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인해 현직 감사원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공정성이나 객관성마저 흔들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큰 실정이다.
소병철 의원은 “감사원 직원은 그 어느 공직자보다도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국민을 위한 올바른 감사, 공정한 감찰, 신뢰 받는 감사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현행법상 취업심사제도 자체의 허점도 있지만, ‘갑’의 위치에서 감사업무를 했던 퇴직공무원이 ‘을’에 해당하는 피감기관에 취업하도록 방치하는 것 자체가 감사원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 연방공무원법에서는 공무원이 정년 전에 퇴직하여 민간에 취업하면 이에 따른 수익이 연금액의 1.5배를 초과할 시 공무원 연금 수령액에서 차감하는 방식 등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사정기관인 감사원 역시 국민적 신뢰와 공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관예우를 차단할 전향적인 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