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상황 가상”까지…막판 수위 올리는 이낙연캠프

입력 2021-10-07 17:06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마지막 3차 슈퍼위크 일정을 남겨둔 가운데, 1·2위 후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결선까지 승부를 끌고 가려는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견제수위를 높였다. 이 지사 측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민주당의 내홍을 성남 대장지구 개발의혹 사태 특검 도입 주장을 펼치는 데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낙연캠프는 최근 대장지구 사태와 관련해 이 지사를 향한 공세수위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은 7일 K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배임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사안”이라며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을 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1위 후보들이 다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조건들을 갖고 있다”는 등 강한 표현을 동원해 가며 이 지사를 공격했다. 전날 이번 사안을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했던 이낙연캠프가 ‘불안한 후보론’을 재차 부각시키며 경선을 결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지사 측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경선 막판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보고 있지만, 지나친 공세에 불쾌해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재명캠프 총괄본부장 조정식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을 대변하는 주장을 펼치는 데 도대체 무슨 의도에서 그러는 건지 참 답답하고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다만 이낙연캠프 공세에 대한 정면대응은 피하는 분위기다. 이 지사 본선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경선 이후 ‘원팀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 후보 간 막판 신경전이 치열해 지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대장지구 사태에 취하고 있는 스탠스를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전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경선이 끝나면 당이 총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캠프는 경선 후 당의 화력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낙연캠프에서는 불만스런 목소리가 나온다. 설 의원은 “(이 지사가 잘못될 상황을) 지도부가 대비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지금 이재명 후보로 딱 정해서 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민주당내 상황을 ‘이이제이’식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용진 민주당 후보는 공교롭게도 특검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낙연 후보도 입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국민 앞에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후보까지 특검 도입 주장에 끌어들여 이 지사 측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이 지사 측은 이런 국민의힘 공세에는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재명캠프 전용기 대변인은 “역선택이라도 유도하려는 거냐”며 “이간질도 너무 속이 보인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캠프 내 대장동 태스크포스(TF)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TF단장 김병욱 의원은 “윤석열 후보는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 후배 검찰에 공개적으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협박했다”며 “추악한 짓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윤 전 총장이 ‘확인된 배임범죄’ ‘이 지사는 공동주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