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에서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에 5조9000억 달러(7060조원)의 보조금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1분당 1100만 달러(132억원)가 지원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량 감축이 절실한 시기에 오히려 보조금을 투입해 기후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 일본 등 5개국이 전체 보조금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이들 국가가 화석연료에 환경 비용을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2025년까지 보조금 규모가 6조4000억 달러(7600조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조금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기질 악화에 따른 사망 및 건강 악화에 대한 보상금 미지급’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폭염 등 지구온난화의 책임 비용을 오염원인 산업 분야에 부과하지 않은 것이 29%로 뒤를 이었다. 연료 가격을 직접 낮추는 명시적 보조금은 8%,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은 6%였다.
IMF는 화석연료에 이 같은 비용을 반영해 실제 가격을 책정한다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3분의 1 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 연구진은 “보조금 지급을 폐지한다면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까지 제한하는 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해 동안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100만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줄어 정부가 수조 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안 페리 IMF 보고서 수석 저자는 “50개국이 2050년대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인다고 나서고, 60여개국이 탄소 가격에 대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주요 20개국(G20)은 2009년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주요 7개국(G7)은 2016년 보조금 지급을 2025년을 시한으로 중단키로 했지만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블룸버그는 지난 7월 G20 국가들이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화석연료에 3조3000억 달러(3930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페리는 “일부 국가는 에너지 가격 인상이 빈곤층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며 “그러나 에너지 가격을 통제하는 혜택은 대부분 부유층에 돌아가기 때문에 빈곤층을 돕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해외개발연구소(ODI)는 보조금 개혁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은 정부가 무언가를 빼앗고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 취약한 소비자와 문을 닫아야 하는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