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창업자 “‘오징어 게임’ 할리우드 꺾은 스타트업 정신” [전문]

입력 2021-10-07 15:55 수정 2021-10-07 16:00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초대 CEO였던 마크 랜돌프는 할리우드에 콘텐츠에 대항한 넷플릭스의 지역화 전략를 ‘스타트업 정신’으로 꼽으며 전 세계 화제작 ‘오징어 게임’을 언급했다. 비디오·DVD 판매와 대여 사업으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이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랜돌프는 7일 ‘2021 스타트업콘’(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에서 블록버스터를 쓰러뜨린 스타트업’을 주제로 기조 강연에서 “CEO가 모든 결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지역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그래야 지역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며 이게 곧 ‘스타트업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언급하며 “모든 게 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넷플릭스에서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랜돌프는 1997년 투자자로부터 받은 200억 달러를 기반으로 우편을 통한 DVD 대여업의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 넷플릭스를 세웠다. 1998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DVD 대여와 판매 서비스를 출시했다. 2002년 5월에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동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모든 걸 맡기고 2003년 넷플릭스에서 퇴사했다.

<아래는 강연 전문>

-오징어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현재 한국,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체감하시는지.
“넷플릭스를 처음에 시작했을 때, 거의 23년 전인데, 넷플릭스가 이렇게 유명해질 줄 몰랐다. 처음에는 좀 더 쉬운 방법으로 비디오 대여을 하려던 거였는데, 이제는 넷플릭스를 전 세계적으로 보고, 오리지널 컨텐츠도 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회사가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꿈을 크게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전 세계 2억명 이상이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 미국에서 만든 콘텐츠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많이 시청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같은 흥행 덕분에 넷플릭스는 5억 달러를 한국 오리지널에 투자를 한다고 했다.
“현재 넷플릭스의 타겟은 잘 모르지만, 넷플릭스 같은 경우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게 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역 배우와 감독을 적극적으로 고용했다.”

“스타트업 입장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제일 말단에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CEO가 다 결정을 하는 게 아닌 현장의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그래야 지역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지 이게 글로벌 사업에 맞는지 등에 대해서 사업을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B급, 마니아 대상의 콘텐츠가 많이 있어 보이는데 이게 디즈니와 마블과 경쟁하기 위한 넷플릭스의 초기 전략이었나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 번째는 모든 사람이 얘기해서 입소문이 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래야 구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둘째로, 2억명의 구독자의 취향을 잘 알아야 한다. 2억명이 한 달에 10시간을 본다고 하면 콘텐츠 소비량이 어마어마하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가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그들의 구독료를 낼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10만명이 보는 (마니아 대상의) 콘텐츠도 필요한 거다. 넷플릭스는 그런 것에도 잘 집중했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충분히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인식을 줬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넷플릭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처음 넷플릭스를 시작했을 때 오히려 외부, 투자자, 직원들, 심지어 아내까지 이 사업이 절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를 시작하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 제대로 된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했다.”

“그해 여름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가 연락이 왔다. 당시 그는 ‘책을 파는 것 이상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안 된다고 했지만, 제프는 우리에게 희망을 줬다. 그리고 1400~1600만 달러로 넷플릭스를 사려고 했다. 12개월 동안 키웠던 것에 비교해 좋은 금액이었지만 많은 문제를 해결한 상태였고, 스스로 좀 더 키를 잡고 있고 싶었다. 결국 제안을 거절했다.”

-넷플릭스를 이렇게 키운 원동력은?
“첫 9년 동안은 스트리밍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비디오 렌탈샵이었다. 비디오를 원하면 이메일로 보냈다. 당시에는 할리우드도 스트리밍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스트리밍 먼저 시작하고, 2년 전쯤에 갑자기 붐이 나타났다.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더 좋은 방식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넷플릭스가 좋은 첫 시작을 했다. 당시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적합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OTT 시장을 보면 아마존 쿠팡 등 전자 상거래 업체도 들어오고 있고, 작은 회사들도 이 시장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확장해야 한다.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이미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콘텐츠를 계속해서 점점 늘려나가는 것. 이게 상당히 중요하다. 이렇게 선순환을 만들어 내야 한다. 구독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돈을 콘텐츠에 투자해야 한다. 그게 더 많은 구독자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디즈니 같은 경우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스타트업의 마인드를 잃어서는 안 된다. 언제든지 현재를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과거 넷플릭스가 비디오 판매 서비스 먼저 시작했었지만, 이것은 곧 끝날 사업이라고 생각했었다. 궁극적으로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렌탈 서비스가 필요했다. 97% 수익이 나오던 판매를 버리고 렌탈로 가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가면서는 비디오 시장과 충돌이 있었지만 스트리밍을 선택적인 집중을 했다. 과거를 보고하기 위해서가 아닌 미래를 보고 선택을 계속하고 있다. 큰 회사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공룡 기업들은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미래 영광을 위해서 과거를 버렸다”는 말을 했는데.
“대부분의 대기업은 똑똑한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든 볼 줄 알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다. 미래의 방향이 현재의 사업과 방향과 충돌하면 뭘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바꾸기 겁이 나는 건 혁신의 딜레마다.”

“몇 년 동안 비디오 렌탈샵 ‘블록버스터’와 경쟁했었다. 당시 ‘블록버스터’에 비해 넷플릭스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도 비디오 렌탈을 우편으로 하는 것이 위협될 것은 알았지만 이미 현재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사업이 있으니깐 프렌차이즈와 할리우드를 무시하고 이 사업을 할 용기가 없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타겟이 되는 것이다. 고객들은 여러분을 신경쓰지 않는다. 따라서 배를 뒤집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이 여러분의 배를 엎어 버릴 수도 있다.”

-넷플릭스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빠른 확장을 염두해두고 있었는지
“넷플릭스에서는 비디오 산업 경험이 아무도 없었다. 소프트웨어를 했지만 분석을 하고, 스타트업에 대해서 알았다. 처음에는 테크 기업이라고 생각했었다. 몇 년 후에 할리우드에서 많은 사람을 고용했다. 그때서야 기술에서 콘텐츠 기업으로 변하게 됐다.“

“국제적인 확장을 말하자면, 미국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모두가 콘텐츠를 손쉽게 소비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시작하고 성공적이었고, 캐나다로 바로 나가면 10% 수익이 상승하고,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쉬워 보이는 거지 쉽지 않았다. 화폐도 다르고 불어도 쓰기 때문이다. 어떤 노력을 해야 10%를 수익을 먹을 수 있는지 알아야 했다. 경쟁자들이 캐나다와 호주 다 진입했지만, 우리는 미국에서 제대로 된 모델을 만들 때까지 기다렸다. 어떤 스타트업이더라도 너무 확장을 빠르게 하면 안 좋다. 코어 비즈니스를 만들고 확장해야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