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대구에서 프로농구 경기가 열린다. 대구를 연고로 새로 창단한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가 치르는 역사적인 경기다.
가스공사는 10일 홈구장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안양 KGC인삼공사를 맞아 2021~2022시즌 1라운드 두번째 경기를 치른다. 가스공사 구단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에 “대구실내체육관 정원 3867석 중 약 20%인 750석을 개방할 예정”이라면서 “8일 오전 11시부터 티켓링크를 통해 온라인 예매를 받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전주 KCC는 고양 오리온스를, 수원 KT는 동부 DB를, 서울 삼성은 창원 LG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가스공사 구단은 이날 대구에서의 첫 경기를 기념해 레이저쇼 공연을 할 예정이다. 첫 시구자로는 이날 개막 선언을 할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애국가 제창은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원이 맡는다.
대구에서 프로농구 경기가 열린 건 2010~2011시즌이 마지막이다. 남자프로농구 출범 원년인 1997년 동양 오리온(현 고양 오리온)이 대구를 연고로 창단해 14년여를 함께했다. 오리온은 대구에 있으면서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고 이중 2001-2002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까지 휩쓸어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김승현이라는 당대 최고 스타를 필두로 김병철과 전희철 ‘양철’ 듀오, 마커스 힉스 등이 주축이 돼 리그 흥행을 이끌었다.
오리온의 홈구장이던 대구실내체육관은 마지막 경기인 2011년 3월 19일 이후 프로농구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오리온은 당시 LG를 상대로 85대 91로 패했다. 10일 경기는 이후 3858일만이다. 가스공사는 장기적으로 새 체육관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때까진 대구실내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새 구장 관련해서는 현재까지도 대구시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실내체육관은 1971년 개장 뒤 50년이 흐른 시설이다. 대구시와 가스공사 사이 협상이 늦어지면서 보수 공사 일정도 함께 미뤄졌지만 다행히 현재 코트 보수 작업이 완료돼 훈련을 진행 중이다. 구단 관계자는 “10일 경기를 목표로 실내 전광판 등 전기 공사, 각종 장치장식물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과 케이블 연결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체육관 지붕에서 비가 올 때 물이 새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가스공사의 창단은 KBL에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10년 전까지 대구가 연고였던 오리온은 16일 가스공사를 현 홈구장 고양실내체육관으로 불러들인다. 이어 약 한달 뒤인 다음달 17일에는 대구실내체육관을 찾아 가스공사와 원정경기를 벌인다. 대구 농구팬들로서는 애증의 대상인 오리온이 자신들을 방문하는 자체가 작지 않은 사건이다. 리그를 뜨겁게 달굴 새 라이벌전인 셈이다.
이전까지 전신 인천 전자랜드를 13년간 이끌어온 유도훈 감독은 대구에서 자신의 감독 경력 첫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객관 전력상 약체인 전자랜드를 지휘하면서도 플레이오프 단골로서 매번 기대 이상 성적을 내왔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기대치가 더 높아졌다. 유 감독은 지난달 30일 KBL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빠른 시간 안에 정상에 서도록 도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가스공사는 기존 에이스 김낙현과 새로 영입한 두경민 두 리그 정상급 가드의 조화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군 입대를 앞둔 김낙현은 “훈련 상태로 봐선 (두경민과의 조화가) 100% 만족스럽다. 시즌이 시작하면 팬들이 열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두경민은 비시즌 연습경기 중 무릎 부상을 입은 상태라 개막전에는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