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조선업, 암흑기 털고 부활…13년 만에 최고 실적

입력 2021-10-07 11:42
한진중공업은 5일 3200여억원 규모의 5500TEU급 상선 4척을 수주했다. 사진=한진중공업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동남권 조선업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7일 BNK경제연구원의 공개한 ‘조선산업 동향과 지역경제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 국내 신조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5.2% 증가한 1366만CGT(표준선 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1668만CGT) 이후 13년 만에 기록한 최고 실적이다.

이에 따른 한국 수주점유율은 42.2%까지 상승했다. 1위 중국(44.9%)을 바짝 추격하면서 3위 일본(9.6%)과의 격차는 더욱 벌렸다. 특히 월별 기준으로 보면 올해 5월 이후 4개월 연속 글로벌 수주 1위를 차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의 수주 호조에도 조선사 실적은 부진했다. 대형 조선 3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2조9948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적자 폭은 지난해(-1886억원) 보다 더 커졌다. 동남권 중형조선 3사도 전년도 같은 기간 332억원 흑자에서 올해 64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수익성 악화는 선박 가격의 20~25%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 급등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연구소는 파악했다. 국내 후판 유통가격은 지난해 말 t당 70만원 수준이었으나 중국 철강재 수출제한 정책 등으로 올해 7월 말에는 t당 130만원까지 상승했다.

조선사의 부진은 동남권 조선기자재업체의 실적에도 타격을 줬다. 지역 18개 상장 기자재업체 중 94.4%에 해당하는 17개사가 올해 상반기 중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한 한계기업도 38.8%(7개사)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연구소는 내년부터 동남권 조선업계가 글로벌 교역 증가, 환경규제 강화 등에 힘입어 양호한 수주실적을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IMO(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가 강화하고, 유가 상승, 개방형 스크러버 이용규제 확산 등 수주 확대에 긍정적 요인들이 많다고 봤다.

이와 함께 대형조선사들이 수익성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되던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올해 상반기 중 공사손실충당금 설정으로 선반영해 향후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형조선사는 충당금 설정액이 미미해 수익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업 반등은 고용, 부가가치 창출 등 직접적 파급효과 외에도 철강, 금속, 화학 등 후방산업 개선 등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동남권 조선업의 연평균 지역경제 성장기여도는 2001~2008년 중 0.9%P에 달했으나 2011~2019년 중에는 마이너스 0.4%P를 기록하며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동남권 조선업계는 경쟁력을 확보한 LNG 등 저탄소 선박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대로 수익성을 높이고 안정적 성장구조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또 중장기적 관점에선 암모니아, 수소 등을 사용하는 무 탄소 선박 시장의 점유율 확보를 위한 기술혁신에도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