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 이후 심신장애 등을 이유로 고(故) 변희수 하사를 전역시킨 육군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는 7일 변 하사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선 피고측이 주장하는 심신장애 해당 여부는 의학적 관점에서 주관적 목적·사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상태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원고측이 주장한 심신장애는 남성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일 뿐, 이미 여성인 변 하사에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한 사안이라 판단했다.
성전환 이전의 성별인 남성이 아니라 전환 후의 성별인 여성을 기준으로 사건을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심신장애에 해당하는지는 당연히 성별이 전환된 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성전환수술 후 음경상실·고환결손 상태를 심신장애로 본 처분은 더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성전환수술을 통한 성별의 전환·정정이 허용되는 점, 수술 후 변 하사의 성별을 여성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변 하사가 수술 직후 청주지방법원에 등록부정정(성별정정)을 신청하고 군에 보고해 군이 해당 사실을 이미 인지한 점, 법원이 등록부정정을 허가한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여성인 변 하사의 입장에서는 음경상실, 고환결손이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이 됐을 때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한지는 관련 법령·규정에 따를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성소수자의 인권,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변 하사와 같이 남군으로 입대해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이 된 경우, 여성으로서 다른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현역 복무의 적합성 및 복무 허용 여부 등은 관련 법령 등에 따를 것”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군의 특수성과 성소수자의 기본적 인권, 국민적 여론 등을 고려해 국가 차원에서 입법적·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변 하사 사망 이후 변 하사의 부모가 소송 수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변 하사의 군인 지위는 원칙적으로 상속의 대상이 아니지만 전역처분이 취소되면 변 하사의 급여청구권을 회복할 수 있고, 동일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도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소송을 통해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 원고들의 권리 구제에 더 적합하다. 또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두텁게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