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 지수(여)는 심각한 간경화로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지수는 생후 2개월 당시 지속되는 황달 증상으로 다른 병원에서 담도 폐쇄증을 진단 받았고, 막혀있는 담도를 제거한 뒤 간문부와 소장을 연결해주는 수술을 받게 됐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황달은 지속됐고 간경화가 진행되면서 간부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지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간이식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소아청소년과로 옮겨진 지수는 간이식 준비에 들어갔다. 소아 간이식은 성인보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소아청소년과와 소아외과의 긴밀한 협진으로 지수의 간이식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간이식 수술 후 복수가 없어지고 간(빌리루빈)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딸을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했던 아빠는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치료가 끝나고 건강을 되찾은 지수도 최근 퇴원했다.
어린이에서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담도 폐쇄’와 ‘급성 간부전’의 대표적 치료법은 간이식 수술이다. 특히 간경화가 진행된 상태에서는 간이식이 아니면 살려낼 방법이 없다.
소아 간이식은 성인보다 까다롭고 수술 부위가 상대적으로 작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 간이식 직후에는 소아 중환자실에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관리가 뒷받침돼야 높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팀이 1994년부터 시행한 287건의 소아 생체 간이식 수술에 대한 기간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99%의 높은 생존율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최근 10년간 시행된 93건의 소아 생체 간이식에서 악성 간세포암 재발에 의한 사망 1명을 빼고는 모두 생존하면서 99%의 생존율을 보였다. 국내 소아 생체 간이식 10년 누적 생존율(평균 85%)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287명의 10년 기간별 생존율을 살펴보면 1994~2002년(81건) 80%, 2003~2011년(113건) 92%, 2012~2021년(93건) 99%였다.
생체 간이식 시행 원인으로는 담도 폐쇄증(52%)이 가장 많았고 급성 간부전(26%), 기타 간질환(11%)이 뒤를 이었다. 수혜자와 기증자 사이 혈액형 조합은 대부분 적합했고 4%(11명)에서 ABO 혈액형 부적합 이식을 받았다.
기증자는 부모가 약 90%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형제 자매가 8%로 나타났다. 기증자 사망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병원에서 시행된 전체 뇌사자 기증 소아 간이식 수술은 총 113건이다.
소아 간이식 생존율은 수술 전 소아 환자의 면역과 영양상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식 전후 소아과 전문의의 집중 관리가 필수다. 수술 방식에서도 간문맥이나 간동맥 등 특정 혈관 부위에 특화된 전문 집도의들이 투입돼야 한다.
소아는 체중이 적게 나가기 때문에 기증자의 간 일부만 이식받더라도 수술 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이식 수술은 효과적이다. 하지만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고 예방접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성인보다 감염에 취약해 주의가 필요하다.
김경모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술 전후 소아과와 소아외과의 긴밀한 협진, 환자 맞춤형 관리와 간이식 수술 기법 선택이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 99%를 기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간이식학회지(Liver Transplant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