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지역 재개발 추진으로 헐릴 위기에 있던 신석정 시인의 고택 ‘비사벌초사’가 현 위치에서 그대로 보존된다.
전북 전주시는 반세기 동안 시대를 밝힌 신석정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가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문화유산 긴급보수 예산을 활용해 ‘비사벌초사’ 보존을 지원한다고 7일 밝혔다.
전주시는 이와 더불어 비사벌초사 인근에 (가칭)비사벌초사문학관도 건립하기로 했다. 한옥마을의 최명희문학관과 고하문학관을 연계해 전주를 빛낸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직접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학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과 함께 정원을 만드는 ‘시인의 정원’ 사업도 추진한다. 초사를 중심으로 시인을 기리는 공간을 점에서 면으로 넓히기로 하고 관련 용역도 발주할 계획이다.
김승수 시장은 “‘전주’가 ‘신석정’이고 ‘신석정’이 ‘전주’다. 신석정은 전주에서 문인들과 교류하고 제자를 길러내고 전주에서 생을 마감했다”면서 “시인이 살았던 비사벌초사를 지키는 것은 물론 신석정 문학관을 건립하고 ‘시인의 정원’을 조성해 미래유산에 걸맞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시 노송동에 자리 잡은 고택은 신석정 시인이 1961년부터 1974년까지 거주하다가 눈을 감은 곳이다. 시인은 이곳에서 시집 ‘빙하’, ‘산의 서곡’, ‘대바람 소리’ 등을 집필했다. 많은 문인들이 이 집에서 교류를 하며 문학과 인생을 논하였다.
전주시는 당시 문화예술들인의 창작공간 가치와 의미가 높은 데다 시인이 가꾸었던 정원이 아름다운 점 등을 들어 2017년 전주시 미래유산 14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최근 전북지방병무청 인근 지역의 재개발정비 계획으로 헐릴 위기에 처했었다. 고택이 재개발정비구역 중심에 놓여 있어 주민들 사이에 보존 여부를 두고 의견이 나눠지며 논란이 됐다.
노송동 일부 주민과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재개발에 반대하며 비사벌초사 존치와 문학관 설립 등을 요구해왔다. (2021년 7월28일자 국민일보 보도)
전주시는 부서간 협의를 거쳐 비사벌초사를 재개발사업 예정지에서 배척하고 보존을 지원키로 최종 결정했다.
신석정 시인은 부안 출신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한 목가시인이자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일제의 원고 청탁을 거절하며 신념과 지조를 지킨 항일시인이다. 전북대와 전주상고(현 전주제일고) 등에서 한평생 창작과 후학 지도에 몰두한 한국 시단의 거성으로 불리고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