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본부가 업무 추진” 지목… ‘유투’로 불린 유한기 검찰 주시

입력 2021-10-06 18:14 수정 2021-10-06 20:45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황호양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사장이 민간사업자들의 막대한 이익을 낳은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 구조에 대해 “서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갔을 때는 개발본부에서 업무를 추진하고 있었다”며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이 주요 실무를 총괄했음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유동규(구속) 전 기획본부장(‘유원’)에 이어 ‘유투’로 불린 유한기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황 전 사장은 전날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에 출석해 이같이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 자체가 성남시 측의 피해로 연결된 배임 행위라는 지적과 관련해 국민일보에 “확정수익으로 결정돼 일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수익 배분 관련은 요즘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도 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민간의 배당 수익이 지금처럼 커질 줄은 예상할 수 없었으며, 사업 초기에는 공사의 수익을 고정적으로 확보해 두는 방안이 급선무였다는 취지다.

황 전 사장은 2016년 1월 성남시의회에서 업무보고를 할 때 대장동을 포함한 민관합작 방식의 개발사업들을 가리켜 “경기가 좋게 됐을 때 수익성을 최극대화할 수 없다” “수익성 저하가 단점일 수 있다”고 말했었다. 한 위원이 ‘도시개발공사가 향후 떠안을 수 있는 문제점’을 질의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5년여가 흐른 현재 대장동 개발사업은 특정인들에게 이익을 주고 성남시 측에는 그만큼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는 모든 구체적 계획이 본인의 취임 이전에 완성돼 있었으며 진행 과정에선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공사 내부에서 민간사업자 이익 부분을 문제제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요즘 뉴스를 보면서 알았다”고 했다. 그가 애초부터 검찰 수사를 예견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자들과 접촉을 피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도 있었다. 다만 그는 “아무 문제 없이 진행돼 몰랐던 것”이라며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유한기 전 본부장을 상대로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황 전 사장은 “내가 갔을 때는 개발본부에서 일을 했고, 기획본부장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규 전 본부장보다 유한기 전 본부장의 역할이 비중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사업은 유한기 본부장이 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유한기 전 본부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촉구했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굵직한 결정을 했다면 도시개발 전문가인 유한기 전 본부장이 구체적인 실행을 맡아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일보는 유한기 전 본부장을 만나 관련 의혹을 물었으나 별다른 답을 얻지 못했다. 검찰은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 주주협약 및 정관 체결’ 문서 기안자인 한모 팀장을 전날 소환한 데 이어 공사 전·현직자를 차례차례 소환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