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데이트폭력’ 피의자, 상해치사 기소…유족 “참담”

입력 2021-10-06 17:14 수정 2021-10-06 17:15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과 SBS를 통해 공개된 폭행 당시 CCTV 장면(오른쪽). 연합뉴스, SBS 8뉴스 방송화면 캡처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6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유족들은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이날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30대 남성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7월 25일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B씨와 다투다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의 연인 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 A씨는 사건 직후 119에 ‘B씨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것 같다’는 취지의 거짓 신고까지 접수했다.

폭행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B씨는 외상성 뇌저부지주막하출혈(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8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유족 면담 및 법의학 자문 추가 의뢰, 현장 실황 조사, CCTV 영상 감정 의뢰 등의 보완수사를 통해 A씨의 폭행과 피해자의 사망과의 인과 관계를 더욱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다만 해당 혐의는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 27일 A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해 A씨에게 상해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달 15일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틀 뒤인 17일 A씨를 구속송치했다.

B씨의 유족 측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A씨는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고,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상해의 고의만 인정해 상해치사로 기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이미 폭력으로 실신한 B씨에게 반복적으로 강한 물리력을 행사하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에게 허위사실을 고지하는 등 치료를 방해한 A씨에게는 ‘B씨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상해의 고의만을 인정하고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전했다.

이어 “B씨의 사망으로 항변을 들을 수 없었던 이 사건에서 단지 가해자 A씨의 주장만으로 살인죄 혐의를 벗어나게 해도 되는 것인지 유족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며 “A씨는 진심 어린 반성 없이 오로지 자신의 죄책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변명과 거짓된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B씨의 죽음을 계기로 연인관계라는 점이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또다시 누군가가 억울하게 죽어가지 않도록 A씨에게 엄중한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구형을 통해 비참하게 죽어간 B씨와 그 유가족들의 사무친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