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실수요 대출도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를 6일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6%대로 유지하고, 대출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담은 추가 가계대출 대책을 이달 중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안과 관련된 질의에 답변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의 대출 규제 기조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가계대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내 담보를 가지고 대출을 하겠다고 하는데 왜 대출을 안 해주는지, 실수요자들이 굉장한 불만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현재 대출 증가세의 대부분이 실수요”라며 “가계대출 증가 규모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수요자도 상환 범위 내에서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고 위원장은 이어 “향후 문제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빨리 대응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6%대로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고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금융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대응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보완 대책은 이달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권 사이에서 5%와 6%의 갭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과도한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는다는 불만이 속출하자 5%가 아닌 6%대로 목표치를 확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계대출 증가율 6%대를 맞추기 위해서는 전세 대출과 집단대출을 모두 막아야 달성 가능하냐”고 질의하자 고 위원장은 “가계대출 증가율 6%대를 맞추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6%대 증가율 관리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정책모기지 중도상환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단기투자 목적의 가계대출이 늘어날 우려 있는 만큼 아예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현재 1.2%인 수수료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주관사 하나은행이 시행사 ‘성남의뜰’로부터 약정된 수수료 외 100억원을 추가로 받앗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는 “검경 수사를 먼저 지켜볼 것”이라며 “혹시 금융위, 금감원에서 할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8년 성남의뜰로부터 200억원의 사업주관 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2019년에 100억원을 추가로 받았는데, 이사회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남의뜰 대표가 전결처리를 해서 수수료를 지급한 대목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그 외 박수영·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과 관련해 수상한 자금흐름을 추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고 위원장은 “FIU는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며 “FIU는 의심거래가 있으면 (수사기관에 제공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