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매장의 마네킹은 신체 사이즈가 어떻게 될까. 비현실적으로 가늘고 길다는 점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겠다. 전시용 옷을 입히고 맵시를 내기 위해 옷 뒷부분을 핀으로 집어 놔야 할 정도다. 실제 마네킹 사이즈는 남성용의 경우 신장 190㎝, 허리둘레 28인치이고 여성용은 신장 184㎝, 허리둘레 24인치에 이른다. 마네킹은 ‘모델핏’을 보여준다.
이런 비현실적인 몸매의 마네킹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 몸매가 반영된 마네킹이 등장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는 국내 패션 브랜드 최초로 ‘사이즈 차별 없는 마네킹’을 매장에 비치한다고 6일 밝혔다.
스파오가 새로 선보이는 마네킹은 대한민국 25~34세 남녀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이즈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스파오 매장에 비치되는 마네킹의 키는 남성 172.8㎝, 여성 160.9㎝다. 키는 줄이고 허리둘레는 늘렸다. 기존 마네킹보다 남성은 2.3인치 늘려 30.3인치로, 여성은 5.9인치 더 큰 29.9인치로 만들었다.
‘현실 몸매’ 마네킹 제작은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바디 포지티브’(몸 긍정)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평균 신체 사이즈의 마네킹을 의류 매장에 비치하는 것은 몸 긍정 트렌드에 동참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에도 도움을 준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실제 입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보다 쉽게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마네킹은 국내 1호 내추럴사이즈 모델 ‘치도’와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진행하는 바디 포지티브 캠페인 ‘에브리, 바디’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사회가 만든 미적 기준을 흔들어보자(‘Shake the frame. Every, Body’)는 취지로 펀딩을 진행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펀딩은 오픈 5시간 만에 목표 대비 227%에 이르는 금액이 모이며 마무리됐다.
해외 패션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마네킹의 ‘모델핏’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나이키는 2019년 영국 런던에 플래그십 스토어에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강한 몸은 날씬한 몸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이었다. 날씬한 몸을 향한 지나친 집착을 비판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후 해외에서는 평균 사이즈를 넘어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이 속속 등장했다.
이번에 제작된 마네킹은 스파오 플래그십 스토어인 스파오 코엑스점과 스파오 스타필드 안성점에 비치된다.
스파오 관계자는 “스파오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사이즈의 의류를 만들어 왔다”며 “모두가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가꿔나갈 수 있도록 평균 체형 마네킹을 비치해 응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