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주중 한국 대사가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중국의 60개 사이트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6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중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윤 의원이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오징어 게임을 검색했더니 결과만 74페이지가 나왔다. 다운로드 방법이 널려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중국에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이어 “중국은 불법 유통 뿐 아니라 상표권도 악의적으로 선점해 한국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워낙 방대해 쉽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선 가상사설망(VPN)을 우회하지 않으면 넷플릭스를 볼 수 없다. 2017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이후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때문에 한국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의 유통도 금지됐다. 그런데도 오징어 게임 같이 화제가 된 최신 작품들은 중국어 자막이 더해져 하루 만에 불법 사이트에 올라오는 게 현실이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오징어 게임 해시태그(#) 누적 조회 수는 17억7000만건을 넘어섰다.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달고나, 가면 등이 판매되고 있고 달고나 뽑기 영상도 쉽게 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하는 이야기다.
장 대사는 또 국정감사를 일주일 앞두고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백신을 접종했느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일주일 전 시노팜 백신을 1차 접종했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지난 7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일시 귀국했을 때 백신을 맞지 않아 2주 격리를 거쳤다. 이후 중국에 들어와 3주간 관저에서 격리하며 업무를 봤다. 중국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 없이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을 상대로 3주 격리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장 대사는 그동안 왜 백신을 맞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제가 맞으면 (중국산 백신이) 괜찮다는 것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는 고민도 했다”고 답했다. 이어 “백신 접종은 개개인의 선택 문제”라며 “대사관이 백신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교민들에게 맞으라 마라 지침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