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배움의 기회가 없어서 한글을 깨칠 수 없었지만 이런 이유로 내 나이 육십이 넘어 배우는 공부가 더 즐겁구나. 이제는 배움을 베풀고자(나누고자) 사람마다 하여금 쓰기 쉬운 다섯 개 글꼴을 배포하였으니 칠곡군민 모두의 자랑이 되었느니라”
‘칠곡할매글꼴’로 잘 알려진 경북 칠곡군이 이번엔 ‘칠곡할매글꼴 선언문’을 만들어 관심을 모은다. 칠곡군은 이를 ‘용민정음(用民正音)’이라 이름 붙였다. 기존 훈민정음(訓民正音)의 가르칠 ‘훈’을 누구나 두루 사용한다는 뜻에서 쓸 ‘용’자로 변환한 것이다.
칠곡군은 한글날의 의미를 일깨울 수 있는 뜻 깊은 행사까지 마련했다.
6일 오후 2시부터 칠곡군청 갤러리에서 칠곡할매글꼴을 활용해 제작한 ‘굿즈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조선어학회를 창립하고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만드는 등 우리말 보급과 교육에 앞장선 외솔 최현배 선생의 손자 최홍식 교수가 참석해 칠곡할매글꼴을 만든 할머니 다섯 분과 만남을 갖는다.
칠곡할머니들은 일제 강점기 시절에 태어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글을 배우지 못해 ‘어리석은 백성’이 됐지만 훈민정음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날 행사에서 칠곡할매글꼴 상품 전시와 함께 최 교수가 훈민정음 낭독을 하고 추유을 할머니는 용민정음을 낭독한다.
또 추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에도 한글을 깨칠 수 있도록 해준 최현배 선생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최 선생 제사상에 올려 달라며 직접 재배한 햅쌀을 손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손자 최 교수는 전(前)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세종대황기념사업회 대표이사, 한글학회 재단이사, 외솔회 명예이사장, 연세대 명예교수 등을 역임하며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과학화에 기여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주민들이 교육을 통해 ‘할매글꼴’을 활용·제작한 다양한 상품을 전시함으로써 할머니들의 열정적인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민들의 문화 자존감 향상에 기여하고자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